하이닉스 반도체의 운명을 좌우할 채권단 전체회의가 29일 열린다. 하이닉스에 돈을 빌려준 110여개 국내 채권 금융기관 대표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외환은행 본점에 모여 최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체결한 조건부 양해각서(MOU)의 승인여부를 표결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MOU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30일 오후 6시까지 채권단과 양쪽 회사 이사회의 승인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U 통과 가능성은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합병 등 중대사안의 결정은 전체 채권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권별 의결권 비중은 은행 65.4%를 비롯해 ▦투신 15.3% ▦유동화전문회사 11.3% ▦리스 4.9% ▦보험ㆍ증권ㆍ저축은행 3.1%. 채권 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제2금융권이 무려 35%에 달하기 때문에 표를 결집하면 MOU를 부결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장까지 나서 매각 불가피성을 강력 설득하고 나선 데다 채권단이 비메모리 잔존법인(하이닉스)에 무담보채권의 50%(1조7,820억원)는 계속 남겨두기로 결정한 터라 제2금융권의 역풍이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채권 회수 시기는 다소 늦춰질지 모르지만 회수율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굳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표대결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채권단은 만약의 사태로 표결이 무산될 경우 30일 오전 중 서면결의를 통해 최종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비상계획도 준비해둔 상태다.
■ 불길한 ‘암초들’
그러나 ‘MOU 통과’를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매각협상을 한 순간에 좌초시킬 수 있는 ‘암초’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대금으로 받을 마이크론 주가의 끝없는 추락이다. 26일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또다시 5개월 만의 최저가를 경신하며 26달러로 주저앉았다.
29일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비메모리 잔존법인 정상화 방안’자체가 이보다 거의 10달러나 더 많은 ‘35달러’(매각 기준가격)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 채권기관들이 순순히 찬성표를 던질지 미지수다.
‘13.5대 1의 감자(減資)’안 역시 채권은행들의 대규모 피해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상화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보유중인 3조원의 전환사채(CB)를 주당 1,010원에 전액 주식으로 전환, 약 40억주(63.3%)의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감자가 단행되면 이 가운데 약 37억주는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어서 소액주주의 반발과는 별개로 채권단 내에서 또 다른 분쟁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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