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로 느끼는 보람은 여러 가지가 있다.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꼭 필요한 문장을 붓으로 남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지금부터 4년 전,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붓을 잡았다. 그리고 서예인으로서 생전에 꼭 써놓고 싶었던 목민심서를 한자 한자 한지에 옮겨 내려갔다.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는 지방 행정 책임자들이 갖추어야 할 올바른 마음 자세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나는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상과 정신에 감화되어 깨끗한 마음과 바른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래서 목민심서 전문을 붓으로 쓰고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산 선생의 사상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글쓰기 작업을 시작했지만 나이도 있고 후두암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시시각각으로 위기가 닥쳐왔다.
한자만도 1만5,000여자에 이르는 전문에 난해한 한문의 풀이까지 그 방대한 양은 체력은 물론 정신적인 인내까지 요구했다.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좌우명인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을 되새기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쓰기를 강행했다.
꼬박 3년 만인 지난해 봄, '양전 한신 서예 목민심서'란 서예 책이 나왔다.
이전에도 몇 권의 서예 책자와 시집을 출간했지만 목민심서를 끝냈을 때의 감동과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또 붓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단 한 획이라도 정신집중을 하지 않으면 글씨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한 획도 틀리지 않게 붓으로 써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산선생의 가르침이 널리 전해지도록 하자는 마음 하나로 3년을 참고 견뎌 온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꿈만 같다.
그 과정은 기나긴 고행의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 나이 80이 가까웠다. 그러나 서예가로서 할 일은 아직 '진행 중'이다.
9월에는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일본 외무성 후원으로 '양전 한신 초대서예개인전'을 갖는다.
서력 70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작정이다.
/ 한신ㆍ서예가·한석봉선생숭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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