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모습은 한 마디로 ‘흥분 결핍의 강세장(rally without excitement)’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빛(light)은 보이는데 열(heat)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지수가 900선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의 열광이 지수를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의 조정도 기대무산에 따른 실망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주식은 다른 물건과 달리 오를수록 싸 보이고 내릴수록 비싸 보이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상승장에서는 탐욕때문에 위험이 보이지 않고 하락장에서는 공포때문에 수익 가능성이 비현실적으로 작게 보인다.
증시를 주기적으로 지배하는 이 두 가지 감정은 상승장에서는 집단열광으로, 하락장에서는 집단패닉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 상승장은 단기급등이었음에도 그 흥분 정도가 미미한 까닭이 무엇일까.
먼저 차티스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듯 이번 상승장은 6개월 동안 특별한 조정없이 순탄하게 올라가는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조정을 기다린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에 올라탈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2년간의 증시 추락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9ㆍ11 테러 직후 서울 증시의 시가총액은 일년 반 전에 비해 거의 250조 이상 하락했다.
그렇게 올랐다는 서울 시내의 아파트 시가총액(210조)이나 1991년 걸프전 전비 총액(800억달러ㆍ요즘 환율로 약 100조,)과 비교해 보면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 지 대충 짐작할 만하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아직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지금 증시에는 경기라는 무지개가 걸려 있다. 사실 경기 호전의 징후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증시의 선행적 성격상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것이 정석이다. 경기 호전이 현실화화는 타이밍이 실적장의 시작이 아니라 금융장의 마무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일단 본격적인 실적장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보이며 900선을 단기 고점으로 당분간 850에서 900사이의 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한 매매가 바람직해 보인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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