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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독서 편식증

입력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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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자들, 너무 심한 것 같지 않아요? TV에 소개됐다는 이유로, 오래 전에 나온 책들이 무더기로 몇 달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최근 만난 출판인들이 한결같이 늘어놓은 걱정입니다. TV에 책 소개 프로그램이 신설된 뒤, 책과 독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커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독자의 독서 행태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됐다는 이야기지요.

실제로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들을 보면 그런 경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1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비롯해, 6위까지가 모두 TV에 소개된 책들입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베스트셀러 대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이번 주 갑자기 2위에 오른 이유도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다뤘기 때문입니다.

이들 책의 가치를 깎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또 TV의 독서 프로그램 자체를 비난할 이유도 없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 살고 있는데, 독서만은 지나치게 유행을 타고 획일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한 출판인의 말처럼, 일반 독자의 책 선택 기준이 오로지 TV에 맞춰지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입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TV 관계자와 선을 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소문이 사실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르지요. 한편으로는 “만약 TV에서 우리 회사 책을 소개하겠다면, 우리는 책의 내용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과감히 거절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진 출판인도 만나 보았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독서 편식증이 우려돼서인지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조만간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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