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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새롭게 읽는 유럽문화…佛 작가 투르니에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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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새롭게 읽는 유럽문화…佛 작가 투르니에 '독서노트'

입력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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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비상“책 제목을 ‘흡혈귀의 비상’이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78)는 “한 권의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흡혈귀들을 풀어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투르니에의 1981년작 ‘흡혈귀의 비상’(현대문학 발행)은 독서에 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책이란 피를 많이 흘려 마르고 굶주린 새들이다. 그것들은 살과 피를 가진 존재, 즉 독자를 찾아 그 온기와 생명을 제 배를 불리고자 미친 듯이 군중 속을 헤매고 다닌다.” 책이 흡혈귀라니,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비유다. 아름답다.

이 책에는 ‘미셸 투르니에 독서 노트’라는 부제가 달렸다. ‘독서 노트’라고 해서 작품에 대한 소감 정도로 예단해선 곤란하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큰 작업이다. 노트에 끼적인 글이라기엔 무겁고 쉽지 않다.

투르니에는 한 작품을 철저하게 읽기 위해 작가의 생애를 샅샅이 훑는다. ‘아마도 프랑스 문학 전체에서 제일 유명한’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에 대한 투르니에의 분석은 극적으로 시작된다.

‘1848년 9월, 크로와세에 있는 플로베르의 가족 소유지, 2년 전에 부친과 누이 카롤린이 죽은 후로 플로베르는 이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투르니에는 플로베르의 인생 행로를 따라가면서 억제된 낭만을 찾아낸다. 사실주의 소설의 걸작이라는 ‘마담 보바리’를 열렬한 낭만주의로 바꿔서 해석한 것이다.

그 유명한 플로베르의 말. “마담 보바리, 그건 나다!” 작가의 삶을 추적한 투르니에에 따르면 소설의 주인공 마담 보바리는 “스무 달 동안의 아프리카와 동방의 취기로부터 돌아와, 습하고 두꺼운 노르망디의 낮은 하늘 아래에서, 향수로 눈물짓고 분노로 소리치는 플로베르이다.”

스탕달의 ‘적과 흑’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등 유수의 유럽 문학이 투르니에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새롭게 읽힌다. 읽히지 않는 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새떼, 피에 굶주린 흡혈조들이 날아올라 몸을 불릴 수 있도록 투르니에는 기꺼이 자신의 피를 빨린다. 그 자신 흡혈귀가 되어 독자의 피를 찾아 헤매는 것, 이것이 그의 독서 노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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