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 평전막스 갈로 지음ㆍ임 헌 옮김
푸른숲 발행ㆍ2만원
“공원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결 편안함을 느낀다…그럼에도 나는 거리의 전투나 감옥 속 나의 자리에서 죽기를 소망한다.” 폴란드 태생의 좌파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유대인에 절름발이, 여성이라는 겹겹의 고통을 이겨내고 강철 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자신의 소망대로, 투쟁하던 거리에서 극우파 군인들에게 무자비하게 맞아 숨졌다.
역사학자이자 전기작가로, 장관 하원의원 등을 지낸 프랑스의 진보적 지식인 막스 갈로는 이 책에서 혁명가로만 알려진 로자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보여준다.
로자는 70여년 뒤 소련의 몰락을 내다본 듯 “소련이 그토록 빈곤하고 도식적이며 메마른 것은 민주주의를 배척하기 때문”이라고 갈파한 탁월한 이론가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다움과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여긴 ‘이상주의자’였으며, 감옥에서 병사가 물소를 때리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 따뜻한 인간이었다.
동지이자 애인인 레오 요기헤스에게 때론 “내 사랑이여, 나도 언젠가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요”라며 애원한 가련한 여인이기도 했다.
저자는 주변부 인간 요기 헤스에게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 우매함 따위를 꼬집기도 하지만 “유명세에 도취되지 않고” “늘 닫힘보다는 열림을 지향한” 그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새 밀레니엄이 막을 올린 2000년에 이 책의 원서 ‘반항하는 한 여자’를 내면서 ‘왜 지금, 로자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우리처럼 전환의 시점에 살았고, 그리고 죽었다”고 답했다.
알맹이는 다르지만 지금처럼 혼돈과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다 간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자문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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