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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린 월드컵티켓 공무원에 강제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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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린 월드컵티켓 공무원에 강제할당

입력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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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지자체의 간부(4급)인 김모(45)씨는 요즘 때 아닌 고민이 생겼다. 1~2등급짜리 월드컵 입장권을 5장 이상 알아서 팔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1등급은 장당 16만원, 2등급은 11만원. 김씨는 최소 55만원을 입장권 판매 명목으로 시에 ‘납입’해야하는 셈이다.

김씨는 “비인기경기여서 모두 팔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차라리 돈으로 때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 얼마나 안팔렸나

월드컵이 3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 경기의 입장권이 절반 이상 팔리지 않아 개최도시마다 비상이 걸렸다.

26일 월드컵 조직위와 각 개최도시에 따르면 판매되지 않은 표는 21만7,000여장. 국내에서 팔아야 하는 80만7,469장 중 25% 가량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우루과이-덴마크(1일ㆍ울산), 파라과이-남아공(2일ㆍ부산) 등 비인기 경기의 경우 아직 판매 대상석의 50%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

■ 입장권 강매 현황

사정이 이렇자 개최 도시들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할당하거나 통ㆍ반장, 일선 학교 등에 구입을 종용,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최근 사무관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1인당 5~6장 이상씩은 소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행정부시장이 직접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 지역 기업들을 방문해 입장권 구입을 요청하고 있다.

또 지난 24일부터 3일간 대구시내 400여 초ㆍ중ㆍ고의 학생회장 학부모를 상대로 ‘월드컵 설명회’를 열면서 입장권 구입을 요청, 마뜩찮은 반응이 일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어버이 날, 스승의 날에 월드컵 입장권을 선물하자’는 등 입장권 구입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며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반상회에서도 강매

경기 수원시도 최근 각 구청 공무원들이 반상회에 직접 참가해 월드컵 입장권 구입을 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세네갈-우루과이전의 경우 전체의 5분의 2정도 밖에 팔리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월드컵 반상회’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을 찾아가 입장권 구입을 홍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부산시 관계자도 “조만간 ‘할당판매’ 관련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 미판매분은 어쩌나

설상가상으로 다음달이면 해외 판매분 중 남아 있는 27만장을 국내에서 추가 소화해야 하는 데다, 입장권 가격도 1등급석의 경우 16만5,000원에서 20만원 정도로 20% 가량이 인상돼 할당판매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월드컵 조직위는 이에 따라 일본 관람객을 유치하거나 전경련, 대한상의 산하 단체 등을 대상으로 ‘공동구매’ 형식으로 헐값 판매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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