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로비력과 처세술로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규선(崔圭善ㆍ42ㆍ구속)씨에게 농락당한 것은 비단 한국인만이 아니었다.미국의 거물 정치인이나 세계적인 석학들도 최씨의 ‘허풍’을 그대로 믿었다가 자존심을 크게 구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씨는 평소 미국인들에게 명문 버클리대 로버트 스칼라피노 명예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따냈다면서 접근, 일단 신뢰를 줬다.
게다가 자신이 부유한 집안 출신에다 든든한 배경까지 갖춰 고급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고 자랑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미국내 로비에 일정부분 도움을 줬던 스티븐 솔라즈(61) 전 의원은 최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백만장자가 아니었는가” “아버지가 유산을 많이 물려주지 않았느냐”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거의 무일푼이었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부를 쌓아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다는 말에 솔라즈 전 의원은 “통장 잔고를 확인했느냐”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최씨가 버클리대 학부는 다녔지만 박사학위는 없다고 전하자 솔라즈 전 의원은 “정말이냐, 당시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도 지난 해 최씨의 허위 학력에 속아 최씨를 대담자로 한 특집 인터뷰를 국내 모 언론사와 갖기도 했다. 또 미국의 몇몇 석학이나 저명 정치인들도 최씨가 부탁한 기업 자문역할이나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최씨가 평소 친분이 있다고 국내 인사들에게 자랑했던 몇몇 미국인들은 요즘 최씨의 실체에 대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서 적잖게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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