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뤄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예방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노 후보는 27일 서울지역 경선에서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의 사실상 첫 정치일정으로 김 대통령 예방을 잡은 것이다.노 후보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김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김 대통령이 민주당의 평당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당의 가장 큰 어른’으로 예우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엔 인간적 도리를 저버리면서까지 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하지 않겠다는 노 후보의 일관된 입장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방의 형식을 통해서도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 있다. 당초 김 대통령과 노 후보의 독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청와대측은 오히려 그런 형식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천명한 정치 불개입의 원칙을 불필요한 오해로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뜻이고 노 후보로서도 구구한 억측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말 그대로 인사차 예방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 예방의 정치적 함의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노 후보의 조기 예방이 성사된 과정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한때 청와대는 여야 후보가 확정된 이후 청와대 예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되면 노 후보의 예방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는 5월9일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노 후보측에서는 그러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방문도 시급한 일정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청와대 예방을 원했고 이것이 성사됐다.
이는 노 후보와 청와대간 최소한의 실무적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고 노 후보측으로서는 DJ-YS를 함께 묶어내는 민주대연합 방식 정계개편의 첫 단추를 꿰는 셈이 된다. 이후 노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빨라질 것임은 물론이다.
김 대통령 세 아들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나 별로 나올 것은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난처함과 당혹스러움, 여권이 제시해야 할 해법에 대한 말없는 이심전심의 교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뭔가 요구하고 받아내고 결론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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