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문화사게르트 미슐러 지음ㆍ유혜자 옮김
시공사 발행ㆍ8,500원
◇역사의 거울에 비친 세기의 자살자들
프리드리히 바이셴슈타이너 지음ㆍ신혜원 옮김
한숲 발행ㆍ1만2,000원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여고생과 직장인의 동반자살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자살을 다룬 번역서 두 권이 나와 눈길을 끈다.
게르트 미슐러의 ‘자살의 문화사’와 프리드리히 바이셴슈타이너의 ‘역사의 거울에 비친 세기의 자살자들’이다. 각각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2000년에 출간됐다.
인터넷의 영향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현상을 다룬 책은 아니지만, 개인적 결단 또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 자살의 여러 측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살의 문화사’는 각 시대와 문화에 나타나는 자살의 형태와 동기, 사회문화적 배경을 유럽권과 비유럽권으로 나눠 살핀다.
유럽 편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다루면서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비유럽 편은 힌두교와 불교, 북미 인디언,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원시부족, 일본의 자살 문화를 설명한다.
미슐러는 자살이 실은 관습이나 윤리, 국가의 이름으로 강요된 선택일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으로 이용당한 적도 많음을 지적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고 자살의 자유를 인정한 적은 없다”면서 그러나 “삶이 더 이상 자유와 존엄을 허락하지 않을 때 스스로 삶을 마감해 자신의 존엄을 지킬 권리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발언의 요지는 자살을 부추기는 게 아니고 개인을 자살로 몰아넣는 사회를 규탄하는 데 있다. 자살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만큼이나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도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는 것이다.
바이셴슈타이너 책의 원제는 ‘유명한 자살자’다. 화가 반 고흐,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독재자 히틀러 등 유명인 7명을 선택해 그들이 왜 자살했는지 설명한다.
‘역사의 거울에 비친’이라는 번역서 제목의 수식어와 달리 이들 죽음의 시대 상황에 관한 분석보다는 대체로 개인적 사건으로서 자살을 다루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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