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로데오거리 주변은 퓨전 레스토랑들로 유명하다. 요리를 통해 시대의 코드를 즐기려는 스타일리스트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최근 이 곳에 문을 연 중식당 ‘차이나문’ 은 주변 레스토랑들과는 달리 정통적인 맛을 고집하면서도 ‘건강’을 주제로 담았다.
우선 당뇨병에 좋다는 누에, 보양재로 꼽히는 동충하초, 자라, 오골계 등을 담백한 요리로 살려냈다. 어떤 요리건 전분 소금 설탕의 사용을 줄여, 재료의 맛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유기농산물만을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나 합성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첫 코스로 나오는 게살스프부터 독특하다.
쌉싸래한 누에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스프의 달착지근한 뒷맛을 지워준다. 게살스프가 끈기가 없이 흐르는 것도 다른 중식당들과 다르다.
마지막에 풀어 넣는 녹말가루를 줄였기 때문이다. 고기대신 누에를 재료로 한 누에탕수육은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메뉴이다. 이름만으로는 좀 꺼림칙하지만 누에가루 옷에 입혀 튀겨낸 맛은 돼지고기 쇠고기보다 훨씬 좋다.
튀겨낸 모양이나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치토스를 연상시킨다. 누에는 경북 영천시 잠사에서 급속 냉동한 후 직송해온다. 탕수육에 끼얹는 시럽도 설탕 대신 과일로 단 맛을 내도록 했다. 당뇨병환자에게 최고의 메뉴이다.
발채버섯과 전복에 소스를 끼얹어 익힌 ‘발채버섯’도 이곳에서 자랑하는 건강메뉴다. 이름과는 달리 해조류의 일종인 발채버섯은 일본 오키나와가 주산지로 항산화제가 풍부해 ‘장수식품’으로 꼽히는 재료.
접시에 장식으로 올려놓은 색깔소금에 불을 붙여 서빙하는 동안 소스가 자글자글 졸아든다. 두꺼비알집 디저트는 워낙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메뉴에도 올려놓지 않았다.
이색메뉴만으로 승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식당의 실력을 가늠한다는 짬뽕 짜장면은 녹차면에, 아보카도유를 사용해 건강 개념에 충실했다. 직접 뽑아낸 녹차면은 녹차가루의 배합비율이 높아 면이 부드럽다.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한 맛을 주기도 하지만 중국음식을 먹고 났을 때의 포만감대신 깔끔한 뒷 맛이 일품이다.
흰 색을 톤으로 한 인테리어, 재즈음악 등 분위기도 깔끔하다. 나이든 손님뿐 아니라 젊은 층 고객도 많다. (02) 512-8980
메뉴/런치세트A(팔보채 깐풍기 고추잡채 은사권 등) 2만5,000원, 디너세트A(홍소해삼, 중새우 칠리소스, 표고우육 등) 5만원, 짜장면 7,000원, 짬뽕 7,000원
맛 ★★★★ 분위기 ★★★☆ 서비스 ★★★☆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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