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올해 1월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 최규선(崔圭善ㆍ42)씨가 스티븐 솔라즈 전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에게 이 전총재와 미 행정부 유력인사들과의 만남 주선을 요청한 사실이 25일 밝혀졌다.이 같은 사실은 솔라즈 전 의원과 이메일 교환 및 4차례 전화 인터뷰, 최씨 측근 인사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 같은 최씨의 활동은 한나라당 관계자들과의 협의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에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전총재의 방미 일정과 관련, 최씨의 역할을 일절 부인해 왔다.
솔라즈 전 의원 및 최씨 측근에 따르면 최씨는 이 전 총재의 방미를 앞두고 솔라즈 전 의원에게 이 전 총재와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면담 주선을 요청했다.
최씨는 또 솔라즈 전 의원에게 워싱턴의 외교 거물을 초대, 이 전 총재와 만찬을 하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이 전 총재의 다른 측근이 잡은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아브라모위츠 전 국무부 차관보가 주최하는 만찬으로 바뀌었다.
솔라즈 전 의원은 “최씨가 이 전총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가 이 전총재가 지시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솔라즈 전 의원은 또 “내가 만찬을 주선하도록 최씨에게 부탁한 사람은 이 전 총재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에 기여했던 이 전총재 측근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 한나라당 관계자가 최씨에게 이 전총재의 방미 일정에 관련된 부탁을 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최씨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와 콘돌리사 라이스(1월23일), 딕 체니(1월24일)와의 만남이 이뤄진 다음날 최씨가 솔라즈 전 의원에게 면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과 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면담 일정(1월27일)이 확정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최씨가 이 전총재의 방미 전과 방미 기간중 수시로 솔라즈 전 의원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이 내용을 이 전총재 이름으로 된 서류철에 넣어 보관해왔다”며 “최씨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전총재의 방미활동에 큰 도움을 준 것을 자랑했다”고 말했다.
솔라즈 전 의원은 그러나 최씨로부터 체니 부통령 등과의 만남 주선을 요청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나와 관련없는 누군가(Someone)가 주선했다”고 자신의 역할을 축소했다.
최씨의 측근은 또 “최씨가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를 통해 이 전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와 바바라 부시(조지 부시 대통령 부인) 여사와의 만남 주선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솔라즈 전 의원에게 한 여사의 프로필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당시 최씨가 이 전총재의 방미일정을 돕고 싶다며 정 의원을 찾아온 적은 있으나 돌려보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전총재와 미국 인사들과의 면담은 미 공화당쪽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최씨의 역할을 부인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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