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훈 민주당 의원이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를 서둘렀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자신의 폭로가 경솔했음을 시인했다.설 의원은 1주일 전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5,000만원을 건네주었다고 사실이라면 깜짝 놀랄 주장을 했다.
설 의원은 당시 복수의 증인이 확보돼 있다며 가까운 시일내에 폭로를 뒷받침할 물증인 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폭로형식도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발언이 아니라 당사에서의 기자회견을 택했다.
테이프 등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했노라고 실토하며 고개를 떨구는 설 의원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데 대해 변함없는 심증과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자신이 져야 할 거증(擧證) 책임을 검찰에 미뤘다.
설 의원이 일으킨 사단의 본질은 폭로사건이지, 검찰의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 폭로가 사실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설 의원에게 있다.
검찰이 수사해야 할 대목은 한나라당과 윤 의원이 설 의원을 명예훼손 등으로 민ㆍ형사상 고발한 부분일 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 등이 밝혀질 수 있겠지만 이는 한참 뒤의 일이다.
우리는 정치권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 자제를 거듭 촉구해 왔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키고, 상식이 지배해야 할 정치를 피폐케 하는 주범 중 하나가 ‘믿거나 말거나’ 식의 폭로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는 검찰에서 가려지겠지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 설 의원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이 무책임한 폭로를 자제케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폭로에 따른 거증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귀책(歸責)이 전적으로 설 의원에게 있음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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