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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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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엔 '맛'이 있다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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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화로에서 굽는 이태리 정통피자, 바닷가재, 키조개 등을 꼬치에 꿴 야끼도리,새까만 빛깔과 향이 커피 맛에 가까운 기네스비어를 마시며 록이나 퓨전재즈를 들을 수 있는 아이리쉬 펍.

트렌드와 소비의 거리 청담동 레스토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적이고 서민적인 광화문 일대가 고급 음식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광화문의 명소로 등장한 서울파이낸스빌딩 지하 식당가를 중심으로 흥국생명, 교보빌딩 일대 지역이 새로운 음식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음식 메카의 중심은 지난해 11월 오픈한 서울파이낸스 빌딩 지하 식당가이다. 지하 1, 2층에 자리잡은 거의 대부분 레스토랑이 식도락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준급 식당들이다.

중식당 ‘싱카이’ 일식당 ‘이키이키’ 인도식당 ‘강가’ 아시안퓨전 ‘미세스마이’ 아이리쉬펍 ‘벅멀리건스’ 이태리식당 ‘메짤루나’ 등이 손에 꼽힌다.

흥국생명 지하 식당가의 퓨전레스토랑 ‘시안’ 세종문화회관 뒤 양식당 ‘나무와 벽돌’, 파스타로 유명한 ‘뽀모도로’, 종로타워 33층 퓨전레스토랑 ‘탑클라우드’, 교보빌딩 2층의 프랑스레스토랑 ‘라브리’도 문 연 지 꽤 오래됐지만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각 국의 특색 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것은 광화문 일대가 금융중심지로 떠오르면서부터다. IT산업이 주목받을 당시 청담동이 고급 레스토랑의 메카로 자리잡았던 것과 마찬가지.

최근 금융. 컨설팅업이 리딩 산업으로 등장하게 됨에 따라 주요 외국계 금융회사나 컨설팅회사가 집결한 광화문이 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국내 은행들도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이 현안이 되면서 본점이 자리잡고 있는 광화문 명동일대로 주력 업무와 인력이 옮겨온 상태이다.

파이낸스 빌딩에는 메릴린치, 맥킨지, 바클리에은행, 스탠더드챠터드은행 등 외국계 금융. 컨설팅회사가 입주해 있으며, 빌딩 인구만도 무려 6,000~7,000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접대, 매식의 이유로 거의 매끼를 레스토랑에 의존하는 고객들이다.

낙원상가 옆 외국기업의 국내 파견 직원들을 위한 장기체류자용 호텔식 아파트 ‘프레이져 스위트’ 나 인근 호텔의 장기 체류자들도 광화문 식당가의 주요 고객이다.

광화문 일대의 고액 연봉자들은 입맛이 고급이라는 점에서는 청담동 퓨전 레스토랑가를 찾는 IT고객과 비슷하지만 음식 기호나 서비스에 대한 요구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 식당가의 설명이다.

청바지나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고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청담동 고객과는 달리 늘 깔끔한 정장에 식사시간을 칼처럼 지킨다는 것. 보수적인 금융계 분위기가 식사시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은 낮 12~1시, 저녁이면 오후 7시 전후로, 정해진 식사 시간 이외에 식당가를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낮 1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아예 식사손님을 받지 않는 블랙타임을 갖기도 한다.

시간과 일에 쫓기는 사람들이라, 식사시간을 길게 잡거나 저녁 시간에 과음하는 일도 거의 없다. 간혹 음식 늦게 나오면 손님들의 불평이 즉각 쏟아진다.

손님을 놓치는 지름길이다. 입맛도 보수적이다. 트렌드를 쫓는 청담동이 ‘퓨전’으로 성공했다면 광화문 일대는 퓨전이 좀처럼 자리를 잡기 어렵다.

오히려 일식이건 중식이건 정통의 맛을 원한다. 숫자를 주로 다루는 금융인들답게 정확하고 빈틈이 없다. 서비스 요구 수준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한 레스토랑 직원은 “100원을 내면 100원의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식당에서도 고객 불만사항이 많이 쏟아진다. 파이낸스 빌딩 일식당 ‘이키이키’의 지배인 정용해씨는 “30명의 단체 손님이 오면, 30개 테이블을 준비할 정도의 힘이 든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음식 주문도 다를 뿐더러 심지어 의자의 높낮이마저 키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문한 음식이 종업원의 설명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반품시키는 것이 예사다. ‘고객 단가’가 비싼 만큼 이에 상응하는 요리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대신 한 번 만족하면 좀처럼 기호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고정고객이 많다. 숨찰 정도로 트렌드의 변화사이클이 빠른 청담동에 비해 메뉴나 인테리어도 장기적으로 간다는 것이다.

■파이낸스 빌딩내 인기 레스토랑

‘싱카이’는 붉은 벽지에 오픈 천정, 앤티크한 가구 등으로 1930년대 상하이 분위기를 재현한 중식당. 광동식 요리를 주로 선보이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조주식 요리를 소개한다. 조주식요리는 갓 잡은 신선한 활어를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내는 요리이다. 조주식 활전복찜이 대표적. 흑식초를 친 송아지갈비구이도 인기메뉴다. (02) 3783-0001~1

‘이키이키’는 일식당으로 야끼도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고기재료를 꼬치에 꿰어 구워내는 야끼도리는 국내에서는 가벼운 술안주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키이키’에서는 바닷가재 방어뱃살 키조개 등 값비싼 해산물을 꼬치에 꿰어 참숯으로 구워낸다. 야끼도리는 재료에 자신이 있을수록 양념을 적게 한다. (02) 3783-0002

‘강가’는 인도요리로 유명. 치킨 왕새우 참치 양고기 등 재료를 인도식 숯불 가마 ‘탄두’에 직접 굽는데 향과 맛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특히 카레는 어느 카레점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는 평. 야채 치킨 해산물 양고기 카레가 있고 밥대신 ‘난’이란 인도 정통빵이 나온다. (02) 3783-0610

‘미세사 마이’는 ‘아시안 퓨전요리’를 표방하고 있다. 김치와 아몬드를 올린 연두부요리, 고추소스의 게튀김등 소스맛이 일품이다. (02) 778-7718

‘메짜루나’는 캐주얼하고 밝은 느낌의 이태리식당. 각종 파스타와 화덕에서 바로 구워나오는 피자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이다. 1만1,000~1만5,000원의 샌드위치가 다소 비싼 편이지만 점심시간이면 테이크아웃으로 인기다. (02) 3783-0003

김동선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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