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년의 집(은평구 응암동) 초등학교 축구부의 오은혜 김한얼 장서영(이상 12세), 이들 세 소녀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 선다.공을 차며 외로움을 달래온 이들이 대회기간 그라운드에 배치돼 경기운영을 돕는 월드컵 볼스태프(일명 볼 보이)로 특별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한국코카콜라가 선정하는 볼스태프는 총 384명. 이중 324명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고 소년의 집 세 선수처럼 특별 선정되는 인원은 60명이다.
볼스태프 중 축구선수는 이들 세 명뿐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새싹인 이들은 6월14일 인천에서 열리는 한국과 포르투갈전 때 그라운드를 밟는다.
2000년 5월 창단된 소년의 집 여자축구부는 1975년 출범한 남자축구부에 비해 연륜은 짧지만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창단 첫 해 맹호기 서울초등학교대회를 제패했고 지난 해 서울시대회 정상등극에 이어 이 달 초 끝난 서울시교육감배대회에서는 2연패를 차지했다. 다음 달 열리는 소년체전 서울 대표로도 정해졌다.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는 오은혜는 서울시교육감배대회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했다. 장서영은 몸은 가냘프지만 학업성적이 최상위권에 드는 재원이다. 국어를 특히 좋아하고 글짓기 실력이 뛰어난 장서영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
김한얼은 축구선수가 아니면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운동에 재능이 많다. 오은혜와 장서영은 소년의 집 선배인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를 제일 좋아한다(김병지는 축구가 하고 싶어 소년의 집에 들어간 경우).
김한얼은 “이동국 오빠가 가장 멋있다”며 웃는다. 외부의 세계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들에게 월드컵은 우상과의 첫 만남을 제공하는 동시에 세상에 한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마당이기도 하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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