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최규선(崔圭善)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2억5,000만원을 제공한 것을 뒷받침한다는 녹음 테이프를 공개하지 못하자 여러 가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설 의원은 24일 당 김현미 부대변인을 통해 "25일 당 기자실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측근들은 테이프 공개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더 진전된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 제보자가 누구길래
설 의원은 의혹을 제기한 19일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증인이 두 명 있고 그 중 한 명이 녹음 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23일에는 “증인을 내세우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설 의원이 녹음 테이프는 물론 증인까지 공개하지 못하자 무슨 숨은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테이프를 갖고 있는 증인, 돈 전달 상황을 증언해 줄 증인 모두 언론 앞에 나서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른다.
이 연장선상에서 야당측은 “제보자가 청와대 국정원 검찰 경찰 같은 권력기관이어서 설 의원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몰아 세운다.
여권 인사들은 “최씨 구명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는 최씨 측근 중 일부가 설 의원과 접촉했으나 발을 빼면서 설 의원이 곤경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테이프는 정말 있는가 야당은 진작부터 “테이프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여권 인사들까지도 테이프 존재 사실에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이다.
설 의원은 “최씨 측근이 테이프를 갖고 있으나 파장이 커지자 공개를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 의원이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테이프는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 설 의원이 속았을 가능성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흐름이다.
“테이프를 갖고 있는 측에서 나중에 더 크게 써 먹기 위해, 또는 최씨를 구속한 여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감춰 놓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 설 의원은 왜 서둘렀을까
설 의원은 23일 테이프를 듣지도 않고 의혹을 폭로했던 게 “경솔했다”며 사전 검증이 부족했음을 자인했다.
이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설 의원이 폭로가 몰고 올 엄청난 정치적 파장과 증거를 대지 못할 경우 불어 닥칠 여론의 역풍, 그리고 야당의 정치 공세를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대로 받아 공개해도 될 만큼 신뢰도가 높은 측에서 제보를 받았거나, 아니면 검증할 시간이 없을 만큼 뭔가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야당은 “국정원에게 정보 제공 여부를 추궁하겠다”며 거듭 국가기관 개입 의혹을 제기한다. 반면 여권은 설 의원의 실수 쪽에 무게를 두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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