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이 24일 기습적으로 대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수사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김 고검장의 이날 출석은 검찰 수뇌부의 만류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김 고검장은 고혈압으로 인한 신병악화를 이유로 소환연기를 요청, 25일 오후 출석이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김 고검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김종빈(金鍾彬) 중수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의사를 밝혔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은 곧바로 긴급 수뇌부 회의를 주재했고 “이렇게 들어와서는 안된다”며 출석불가 입장을 정했다.
소환일시가 25일로 정해진 이상 이날 출석을 용인할 경우 검찰과 김 고검장간 모종의 협상때문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10분께 김승규(金昇圭) 대검 차장이 나서 출석을 만류했지만 김 고검장은 “왜 나를 막느냐, 언론 앞에서는 할 얘기도 못한다”며 10분뒤 대검청사로 직행했다.
검찰간부들은 이날 출두 소동을 놓고 그간 검찰과 신경전을 벌여온 김 고검장이 허를 찌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장도 점심식사에 앞서 “우리는 정말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일각에서는 김 고검장의 행동을 항명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검장의 출석으로 지난해 대검 수사기밀 유출사건의 전모는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고검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7일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전 이사에게 5,000만원을 전한 전 서울시정신문 회장 도승희(都勝喜)씨에 대한 수사계획을 알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이사는 김 고검장의 전화이후 미국으로의 출국을 일주일가량 앞당기는 한편 출국직전 도씨에게 조사계획을 전해 결국 검찰수사를 방해했다.
김 고검장은 같은 달 17일에도 귀국한 이 전이사와 통화하면서 도씨의 조사내용을 알려줬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과연 김 고검장이 어떻게 대검의 수사상황을 알 수 있었냐는 것. 검찰은 사안의 성격상 결국 대검 수사팀 중 한 사람이 김 고검장과 유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김 고검장이 부인할 경우 검찰은 당시 수사라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유출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 경우 최소 두 명의 검찰간부가 사법처리선상에 오르게 되는데 검찰은 조직내부에 미칠 파장과 국민여론을 저울질해 구속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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