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담이 있다.로마의 권위가 제국의 방방곡곡에 미치게 인프라가 구축된 데서 비롯된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에서는 모든 대문(게이트)이 청와대로 통한다.
이른바 ‘게이트’로 불리는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의 가족과 그 측근들이 연루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제 공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각종 권력형 비리의 뿌리로 국민에게 비치고 있다.
현 정권의 초기부터 청와대는 각종 의혹사건에 연루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대통령 측근의 인물들이 입방아에 올랐다.
무엇보다 불행한 것은 최근 벤처 관련 비리를 수사하는 가운데 ‘열린’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에 대통령의 세 아들의 이름이 차례로 혹은 겹치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간에서는 예전에 활동하던 가수그룹에 빗대어 이들을 ‘홍삼트리오’로 부르고 있다.
특히 막내인 홍걸씨의 경우 미국시민이라고 진술하는 등 행동거지도 비난을 면할 수 없지만, 그 문제를 덮어두고라도 경력에 비추어 그 재산규모 자체가 의혹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가수 홍삼트리오는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었지만 이 신판 홍삼트리오는 절망만 안겨준다.
오죽했으면, 고스톱 판에서 홍단을 하면 돈을 다 쓸어가는 신종 룰이 추가되었을까?
이들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필연적 산물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
이는 홍삼트리오에 더하여 최근 청와대의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줄줄이 비위 행렬에 가담하고 있는 데서 명백히 드러난다.
최근 한달 새 드러난 것만도 여섯 건이나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필하는 부속실과 사정·민정·정무 비서실 관계자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이들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을 은폐하거나 관련자를 도피시키거나 아니면 개인적 치부를 위해 청와대의 직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지 어언 15년, 그 동안 줄기차게 개혁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중핵으로 하는 권력형 비리가 끊이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데는 그럴 만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
정치과정에서 정부와 민간부문이 접촉하는 점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권력은 여전히, 아니 더욱 더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여전히 경제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주니까 그 권력에 기대어 개인, 회사,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로비와 청탁은 모두 궁극적으로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권력형 비리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삼권분립의 원칙 대로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여 대통령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권력형 부패는 너무나도 심각하여 개인의 도덕성에 맡겨둘 수 없는 문제이다.
단기적으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법대로 처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적어도 권력형 비리만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이 수사를 검찰에 맡기느냐 특검에 맡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후퇴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주변의 비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대통령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수사팀이 눈치를 볼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 이영조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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