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최초의 합영 기업인 조선복권합영회사의 인터넷 복권 및 주패(트럼프) 사이트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했다.23일 통일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복권합영회사의 남측 사업자(지분 31%)인 훈넷의 김범훈(金範勳ㆍ43ㆍ평양 체류중) 사장은 남북교류협력법과 사행행위 처벌법, 형법(복표발행죄) 등의 위반 혐의로 귀환하는 즉시 통일부와 관계 당국의 고발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훈넷과 북한 장생무역총회사의 합영법인인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이달 2일 오픈한 인터넷 복권 사이트(www.dklotto.com)와 포커게임 사이트(www.dkcasino.com)가 진짜 돈이 거래되는 사행성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등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 또 김 사장과 훈넷 기술진 3명은 통일부가 허가한 방북기한인 20일까지 귀국하지 않아 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훈넷이 지난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영업 아이템은 ‘인터넷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였으나 실질적인 목적은 돈을 매개로 한 인터넷 복권과 각종 도박게임”이라고 말했다. 조선복권합영회사의 사업 아이템이 남북협력사업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종합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터넷 복권 사업을 벌이다 기소된 전력이 있는 훈넷이 북한과 ‘국제적인 불법 행위’을 벌였으니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훈넷은 통일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정면 반박한다. 평양의 김 사장은 인터넷 메신저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사업계획서에서 인터넷 복권 사업과 도박 사이트의 실체를 밝혔는데 통일부가 이제 와서 트집잡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업을 허가해줬다가 말을 바꾸는 통일부의 행태가 어렵사리 ‘인터넷 길’을 트려는 북한의 의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훈넷이 지난해 12월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서에는 인터넷 복권과 도박 사이트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사장은 “통일부는 교류협력법으로 이미 승인한 사업을 다른 법으로 뒤집으려는 저의를 밝혀야 한다”며 “지금 훈넷이 철수하면 조선복권합영회사만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광케이블까지 설치한 북한의 인터넷사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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