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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전망 '양파'…비틀린 가족 한겹한겹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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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전망 '양파'…비틀린 가족 한겹한겹 드러내

입력
2002.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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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그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사는 어머니, 가정답지 않은 가정에 냉소적인 딸과 우유부단한 아들.20년 넘게 그들은 서로 상처를 입히며 살아왔다. 따스한 사랑은 없다. 차갑고 비틀린 관계가 그들을 옥죈다.

극단 전망이 공연 중인 김수미 작, 심재찬 연출의 ‘양파’는 ‘어느 가족의 사랑 이야기’라는 선전문구와 달리 가정폭력 드라마에 가깝다.

극은 이 비정상적인 가족의 어두운 이면을 양파 껍질 벗기듯 한겹한겹 드러낸다. 급기야 아들이 자살한다.

마지막 장면은 텅 빈 무대에서 들리는 세 발의 총성으로 끝난다. 어머니가 사냥총으로 남은 가족과 자신을 쏜 것이다.

이 극단적인 결말은 어느 정도 예고된 파국이기도 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탓이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강제로 범해 결혼했다. 그가 차지한 것은 빈 껍데기 뿐인 아내. 그로 인한 좌절감은 폭력으로 나타난다.

쌓이고 쌓인 갈등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폭발한다.

차분하게 절제된 연출과 네 배우(박경근 길해연 이지하 김영민)의 호연이 좋은 무대를 만들고 있다.

어머니 역 길해연의 우아하지만 그늘진 표정, 정열이 느껴지는 서늘한 대사 처리는 특히 인상적이다. 28일까지 바탕골소극장.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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