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風力)발전 건설이냐, 아니면 환경의 원형보존이냐….’강원도가 백두대간 주능선인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대관령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면 백두대간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반대입장을, 자치단체 등은 대안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 환경보전이란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동시에 추구해야 할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 풍력발전단지 계획 현황
강원도가 추진중인 풍력발전단지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 공사가 이뤄진다. 우선 도가 직접 나서 강원대, 한국에너지기술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22억7,800만원을 들여 올해부터 2004년 10월까지 옛 대관령휴게소에 750㎾급 발전기 1기와 계측장비, 연구동 등을 갖춘 ‘풍력발전실증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섬 및 해안지형과 달리 내륙산간형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확립하자는 취지의 순수 연구목적이다.
도는 이와 함께 국비 등 60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대관령 삼양축산내에 750㎾급 발전기 4기를 갖춘 ‘시범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연구 및 시범단지는 26일 착공될 예정으로 장소 자체가 백두대간에서 떨어져 있고 이미 도로 등이 나 있어 논란의 핵심에서는 일단 비켜 있다.
문제는 유니슨산업㈜과 독일의 LI사가 1,400억원의 민자 및 해외자본을 조달해 사시사철 강한 바람이 부는 삼양축산 및 한일목장에 2003년말까지 건설할 예정인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당초 1,500㎾급 발전기 103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환경 단체들의 반발로 66기로 사업 규모가 축소된 상태다. 이곳에서 생산될 전력은 연간 4만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98㎿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풍력발전단지와 비교해도 대규모에 속한다.
현재 국유림 대부 및 환경문제 등과 관련해 환경부ㆍ산림청 등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에 사업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올 상반기중 착공될 예정이다.
◈ 환경단체 등 입장
백두대간 보전회 등 7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백두대간 보전단체협의회는 대안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대관령풍력발전단지 건설은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발전기 가운데 일부가 산림청이 2000년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형질변경제한구역으로 묶은 주능선 마루금 양쪽 300㎙지역에 포함돼 있어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 산림 및 동물이동통로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
더욱이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될 경우 자연스럽게 관광단지화가 이뤄져 또 다른 환경파괴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은 이 곳에 많이 살고 있는 사향노루, 담비 등 많은 법정 보호종과 천연기념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오히려 목장 조성으로 황폐화된 지역의 복원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묘안은 없나
이 같은 논란속에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환경보전’과 ‘대안 에너지 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을 찾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남 무안군 등에 모두 8.4㎿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지만 대안에너지 개발이 초보단계인 상태에서 이번 사업 마저 포기하면 대체에너지 개발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와 에너지대안센터 등 대안에너지 보급에 힘써온 환경 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핵 발전에 비하면 풍력발전소 건설에 인한 환경피해는 적은 편”이라며 “그러나 환경 피해는 불가피한 만큼 목장지역에 대한 복원계획 수립, 전체 송전선로 지하화, 일상적인 환경 모니터 실시 등이 보장된다면 풍력발전단지를 반대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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