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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쏘고 보자'식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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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쏘고 보자'식 저격수

입력
2002.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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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薛勳) 의원과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대학 동문에 두 사람 모두 상대방 최고위층에 대한 ‘저격수’로 불린다.

최근 설 의원은 최규선(崔圭善)씨 자금수수 의혹으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를, 홍 의원은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외교행낭 이용 의혹으로 청와대를 각각 몰아 세워 저격수로서의 악명을 재확인했다.

파문 뒷처리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폭로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가 하면 사실과 다르다고 판명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설 의원은 “주초에는 최씨가 돈을 줬다는 증거를 내놓겠다”고 하더니 여지껏 감감 무소식이다.

홍 의원은 이 여사가 외교행낭이 아니라 일반 수화물을 갖고 갔음이 사진으로 확인된 뒤에도 아무 말이 없다.

검사 출신인 홍 의원은 일국의 영부인이 외교행낭을 이용해 거액의 외화를 가지고 나가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비칠 수 있게 주장하면서 기초적 사실확인조차 안 했다는 얘기다.

설 의원의 행태는 더욱 문제다.

그는 제 1야당 전 총재의 정치생명, 나아가 야당의 사활과 대선의 승패가 걸린 사안을 터뜨렸다.

단순히 정치지도자의 명예에만 한정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심각하다.

그가 최소한의 입증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경솔함을 지나쳐 무모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정보수집력으로 치면 여당의원이 야당보다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혹 제기의 동기도 의심스럽다.

설 의원이 사실로 확신할 수 있는 제보를 믿었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 의원 주장을 무작정 허위 폭로라고 규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문제는 의혹 제기의 입증 책임이 설 의원에게 있다는 점이다.

녹음 테이프를 내놓지 못하면 심증이 있다 해도 그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폭로정치의 일선에 나선 설 의원에 실망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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