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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불문율] "감독의 지나친 감섭은 패착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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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불문율] "감독의 지나친 감섭은 패착 귀결"

입력
2002.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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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일본 진출 첫해의 일이다. 마무리투수였던 나는 위기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를 어떤 식으로 상대하겠다는 계산을 머리에 입력시켜 놓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좀처럼 이해 못할 일이 벌어지곤 했다.벤치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사인을 냈다. 자존심이 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해태시절 김응용 감독은 100% 나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호시노 주니치 드래곤즈감독(현 한신 타이거즈감독)은 정반대였다. 이런 일이 97년까지 계속됐다.

게임은 선수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게 아닌데라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호시노 감독은 구질을 간섭한 게 아니라 아웃코스 또는 인코스로 승부하라는 사인을 냈다. 상대타자들의 장단점에 바탕을 둔 데이터에 의존한 주문이었다. 내가 마무리투수이고 1점차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충분히 납득했지만 지금도 승부는 선수들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팬들은 가끔 포수들이 벤치를 힐끗거리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벤치의 사인을 보기 위한 동작이다. 감독이 경험이 일천한 투ㆍ포수의 약점을 보완해주기 위한 방편일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감독은 승부처에서 투수나 포수가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감을 갖고 벤치사인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타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감독이란 손에 박쥐를 잡고 있는 사람과 같다. 너무 강하게 잡으면 죽어버리고 가볍게 잡으면 날아가 버린다.”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감독이 설파한 지도자론이다. 또 1986년 미국에서 발간된 ‘야구의 불문율’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감독이 승부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패착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전자는 감독의 입장에서, 후자는 구경꾼의 입장에서 본 감독론이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감독은 과정을 중시해야지 자기 나름의 스타일을 앞세워 결과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응용 감독은 “시즌중 감독의 작전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2차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의 패튼 장군은 지휘관을 4부류로 분류했다고 한다. 지휘관이 무능하고 말이 많으면 그 전쟁은 이길 수 없다. 지휘관이 무능하고 말이 없으면 최소한 지지는 않는다. 지휘관이 유능하고 말이 많으면 이기기 어렵다. 지휘관이 유능하고 말이 없으면 이긴다. 아직 지도자로 생활한 적이 없지만 선수경험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일리 있는 말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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