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구, 양이만 불쌍하게 됐지…”지난 주 가요계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가 갑자기 ‘가짜 가수’ 정양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그룹 씨클로의 객원 가수라면서 실제로는 노래를 전혀 하지 않고 방송과 뮤직 비디오에서 노래하는 시늉만 한 정양 말입니다. 모든 죄를 정양 혼자만 뒤집어 쓰는 것이 안타깝다나요.
물론 일차적으로 정양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노래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가수 행세를 했으니 음반을 산 소비자와 시청자를 속인 것은 명백한 사기이지요.
노래, 그것도 힙 합을 그럭저럭 한다고 믿었던 걸 생각하면 화가 날 지경입니다.
하지만 과연 정양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걸까요. 답은 가짜 가수 정양으로 누가 이득을 보았는지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정양의 소속사 더 그룹. 큰 가슴을 내세운 노골적인 누드 사진으로 단기간에 연예계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한 정양을 만능 연예인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연예인이 음반을 내면 주가가 올라가지요. 다음 씨클로의 음반기획사인 오픈 월드 뮤직.
“팀을 알리기 위해 정양을 영입했다”고 스스로 밝혔듯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언더 출신의 2인조 힙합 팀 씨클로는 음반을 내기도 전에 각 언론 매체로부터 대단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가요계 인사는 제게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 주었습니다.
정양의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음반을 만들려다 씨클로 음반 제작사와 갈등이 생겼고,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는 겁니다.
또 씨클로의 제작사에서는 정양 대신 노래를 부른 최혜령이라는 가수가 조만간 음반을 낼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터뜨려 최혜령을 홍보하려는 것이라지요.
그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양은 “가수가 오래 전부터 꿈이었다”고 밝혔는가 하면 또 다른 가짜 가수 ‘걸 프렌드’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에는 최혜령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어설프게 가짜 가수 노릇을 한 정양도 정양이지만 그보다는 노래를 잘 하지 않아도, 심지어 아예 하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 노래하는 척만 잘 하면 음반이 팔릴 거라고 생각한 두 회사가 정말 큰 죄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양은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떨구며 자숙하겠다고 했고, 30일 이후부터는 SBS 시트콤 ‘렛츠 고’에서도 물러나지만 두 회사는 ‘가짜 가수’를 만든 이유만 늘어놓았을 뿐 어떻게도 책임은 지고 있지 않습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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