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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권하는 '사이버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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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권하는 '사이버가족'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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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조교제로 경찰에 입건된 박모(17)양. 경찰 관계자들은 박양이 사이버상에 만든 ‘사이버 가족(사이버 팸ㆍCyber Fam)’얘기를 듣곤 깜짝 놀랐다.박양이 사이버 팸 멤버 6명과 함께 가출한 것은 지난해 3월.

박양은 가출 이후 월셋방 등을 전전하면서 ‘엄마’‘이모’‘언니’ 등으로 불러 오던 팸 멤버들과 함께 술집 아르바이트, 원조교제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박양은 “팸에서 만난 언니가 ‘학교도 부모들도 다 우리를 버렸는데 더 이상 집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꼬득여 집을 나오게 됐다”며 “용돈 마련을 위해 다 같이 원조교제를 하게 됐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인터넷상에서 만들어지는 사이버팸이 최근 집단가출, 원조교제 등 각종 청소년 탈선 행위를 조장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와 패밀리(family)의 합성어인 사이버팸이 인터넷 동호회, 채팅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99년말부터. 그 이후 사이버팸은 같은 취미나 성향 등을 가진 청소년들이 ‘가족’을 형성, 나이차와 성별 등에 따라 서로를 아빠, 엄마, 삼촌, 이모 등으로 부르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모임 정도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집단 가출해 팸 멤버끼리 모여 살거나, 가출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함께 원조교제 등 탈선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안모(14)양도 사이버팸으로 인해 가출한 케이스. 지난해 9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HOT 팬들과 사이버팸을 만든 뒤 지방 콘서트 등을 따라다니며 외박이 잦아졌고, 아예 팸 멤버들과 여관에서 같이 지내다 최근에야 가족품에 돌아갔다.

전남대 심리학과 한규석(韓圭錫ㆍ48) 교수는 “‘가족 속의 개인’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청소년들이 대안 공동체를 찾아 인터넷 모임에 애착을 보이고 심리적 지지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과 학교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유일한 치유책”이라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이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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