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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운전·지리 9단에 맞춘 교통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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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운전·지리 9단에 맞춘 교통체계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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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차를 몬 지 1년이 되어 간다. 예전엔 교통이 복잡한 서울에서 운전대를 잡기가 겁이 났는데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그리고 쾌적하지 못한 교통질서의 원인이 전적으로 운전자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규정상 차선 폭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서울 시내의 차선 폭은 지나치게 좁다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 달리는 버스를 보면 버스의 폭이 차선의 너비와 비슷하다. 나 같은 초보운전자는 조금만 부주의 하면 차가 차선으로 밖으로 튀어 나간다.

자세히 보면 차선 수를 늘리느라 폭을 좁힌 것이 역력한 곳이 많다.

차량 정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숙고한 결과겠지만 차가 원활하게 소통될 때 정상속도에서 생각해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출근길에 지하차도 공사중인 곳이 있는데 8차선 도로의 한복판을 개착(開鑿) 공법으로 공사하고 있어 공사부분의 도로가 바깥으로 휘어진다. 마땅히 차선도 휘어져야 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차선은 착공 이전의 상태로 직선이다.

차선을 믿고 가다가는 공사장에 격돌할 수 밖에 없다. 단골 운전자들은 차선을 무시하고 우회하지만 난장판이다.

또 시내에는 좌회전을 못하게 하는 교차로가 많다.

그래서 목적지로 가기 위해 헤매기 일쑤인데 길을 잘 아는 사람이면 몰라도 초보 운전자나 그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불편하고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방에 가도 위험요인은 있다. 도로의 속도제한이 완화한 후 4차선 일반국도는 제한속도가 시속 80㎞로 올랐는데 이는 일본에선 고속도로 수준이다.

물론 신호등이 없고, 모든 길이 입체교차로 이며, 중앙분리대과 갓길까지 있다면 시속 80㎞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도로를 그대로 확장해 길가에 집들이 즐비하고 신호등까지 있는 길에도 일률적으로 속도를 완화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질 때마다 차들이 비상등을 키면서 급정차하는 풍경이 이제 진풍경도 아니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은 무서워서 안쪽 차선으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운전에 익숙하고, 지리에 밝은 사람을 기준으로 만든 지금의 교통체제는 겉보기에는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고 증가 요인을 안고 있다.

교통질서를 지키도록 운전자들에게 호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같은 비중으로 안전위주의 합리적인 교통안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전국의 차선 등 도로안내 체계를 일제 점검하고 개선하기 바란다.

/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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