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대회가 열리기 직전 오랜만에 만난 동문들과 골프를 쳤다. 14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한 뒤 16번홀과 18번홀에서 버디를 하자 동반자 가운데 한 사람이 “변호사 집어치우고 프로골퍼로 전향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농을 걸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 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1994년 두번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 나는 이틀동안 혼자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있는 오거스타에 머물렀다.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오거스타에 갔으나 마스터스 갤러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백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본경기 구경은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겨우 연습 라운드만을 보고 돌아왔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자마자 내뱉었던 일성. “이것이 과연 신이 아닌 사람이 만든 골프장이란 말인가!”. 그렇게 좋은 골프장에서 아무 제한을 받지않고 원하는 대로 볼을 치고 있는 선수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 때 처음으로 ‘나도 저들과 같은 프로골퍼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시는 프로골퍼가 되지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아울러 골프를 직업으로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 좇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에겐 행복일 것이다. 행복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권력 돈 명예 등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을 갖는다. 직업 외에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고자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취미생활이다.
어떤 이들은 취미가 곧 직업인 사람을 행운아라고 여기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주방장으로 일하거나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화가로 활동하는 경우 등이다.
나도 그랬다. 남들 사이의 분쟁에 끼여드는 일보다 골프를 훨씬 더 좋아하다 보니 ‘내가 프로골퍼가 된다면 변호사인 지금의 생활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 데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연습하고 있는 눈앞의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프로골퍼가 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강렬하게 솟구쳤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문득 한 가지 의구심이 떠올랐다. 돈이나 명예, 권력 못지않게 인간의 행복한 삶을 이야기함에 있어 회자되는 것으로 섹스가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몸을 파는 사람의 섹스와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그러자 프로골퍼가 되면 어떨까 하던 번뇌는 깨끗이 사라졌다. 또한 부지불식간에 선언해 버렸다. “골프가 나의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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