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설정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세 아들 등 김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비리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싫든 좋든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부단하게 요구 받고 있기 때문이다.
DJ에 대한 영남 지역의 무조건적인 반감도 노 후보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 후보의 DJ에 대한 입장은 일단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것이다.
경제회복, 의약분업, 햇볕정책 등 김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을 계승하되 시행착오를 보완하겠다는 취지의 “공(功) 과(過)를 모두 물려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차별화라는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권력형 비리 의혹을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쳐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노 후보는 이 같은 분리대응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노 후보는 20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한나라당에서 DJ와 나를 하나로 묶어 매도하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분리대응의 기조 속에서도 미묘하지만 의미심장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 후보는 부산에서 “이미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전제, 3김 자체가 아닌 ‘3김식 정치행태’를 겨냥하는 말들을 쏟아 냈다.
그는 구체적으로 측근ㆍ가신 정치, 권위주의 정치, 계보정치를 3김식 정치행태로 지목,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민주당은 더 이상 DJ 당이 아니다”며 무슨 말인가를 더 할 듯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경기지역 경선 연설에서는 DJ의 정책이라는 말 대신 민주당의 정책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이 같은 변화에 더해 노 후보 진영에서는 정계개편과 지방선거 승리,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후보가 직접 상처를 받지 않도록 후보와 당을 DJ와 차별화하는 악역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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