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일찌감치 본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이 후보는 20일 제주 경선에서 압승한 뒤 “썩고 무능한 정권을 교체하라는 명령으로 받아 들인다”며 “나를 죽이기 위한 중상 모략을 계속한다면 정권 퇴진에 나서겠다”고 대여 공세를 시작했다.
21일의 긴급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에 대한 모략과 중상은 대통령이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조작 행위가 계속된다면 이 정권의 국정 행위를 국민이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은 사실상 제쳐 두고 대 정권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 참모도 “애당초 경선보다는 본선에 무게를 뒀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하게 본선 전략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행보로의 조기 선회는 무엇보다 ‘이회창 대세론’의 건재를 확신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까지 3차례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 캠프는 당내 경선에 더 이상 힘을 분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한 표쏠림 현상을 확인했다.
여기에다 지난 주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폭로 공세는 한나라당의 대여 공세 기세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이 후보측의 대 정권 투쟁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이 후보측은 “설 의원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요, 날조된 것인 만큼 제대로 대응하기만 하면 그동안의 수세 국면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 의원의 폭로 파문을 고리로 정권의 부정 부패 의혹은 물론 부도덕성을 부각해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가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의 도덕성, 공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를 잊어 버린 이성을 잃은 정권” 등의 격한 표현을 써 가며 정권을 비난한 것도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런 고강도 대여 공세는 궁극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바람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현정권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어 정권 흠집 내기는 곧바로 노 후보 상처내기이기 때문이다.
‘노풍=무능 부패 정권의 연장’이라는 등식을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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