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이 신(神)이라면 그를 천국으로 데려간 것은 필 나이트(나이키의 창립자)다.” 몇 해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효과를 이렇게 표현했다.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열리는 2002 월드컵 경기를 지켜볼 것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TV 시청자 수는 연인원으로 무려 600억명. 이중 단 1%에게만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해도 6억명에 달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기업들에게는 ‘브랜드 대전(大戰)’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스포츠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들
스포츠 마케팅을 가장 전략적으로 활용한 기업은 코카콜라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음료를 제공하면서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로 도약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해 톱브랜드의 아성을 굳게 지켰다. 고객의 38%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이유는 올림픽 후원기업이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후지필름은 82년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된 이래 20년에 걸쳐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필름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94년에는 월드컵 참여를 통해 매출을 5%나 끌어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일본 브라더공업은 84년 LA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한 이후 재봉틀 회사에서 첨단 정보기기 회사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며 기업 인지도를 10%대에서 60%대로 끌어올렸다.
비자카드는 88서울올림픽 스폰서를 맡은 뒤 매출액이 17% 이상 급증했다. 국내기업 중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삼성전자 역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가 최소 5~6% 상승한 것으로 자체 분석한다.
반드시 광고만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파나소닉은 올림픽 주경기장용 방송장비 공급업체로서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특히 시드니올림픽에서 초대형 전광판 두 대를 확보해 감동의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파나소닉 브랜드를 전세계 시청자의 가슴에 심었다.
■월드컵은 절호의 기회
월드컵 스폰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 선정하는 공식 파트너와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지정하는 로컬 파트너로 구분된다. 세계 톱브랜드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FIFA 공식 파트너는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많은 만큼 후원금 규모도 큰 편. 액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업체당 5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등까지 합치면 한 회사가 쓰는 총 비용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 파트너는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KT를 포함해 15개사. 아디다스 코카콜라 후지필름 후지제록스 등 쟁쟁한 회사들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가 선정한 로컬 스폰서는 대한항공 국민은행 현대화재해상보험 포스코 등 6개 업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1% 올리려면 1억달러 가량의 비용을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정설. 하지만 이번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현대차와 KT측은 최대 10%포인트 정도의 인지도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억달러 가량의 비용을 투입해 10억달러 이상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스폰서십을 따낸 기업들만 월드컵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지필름은 88서울올림픽 공식 파트너 자격을 경쟁사인 코닥사에 내줬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스포츠 경기 장면을 내보내는 간접광고 등 집요한 ‘앰부쉬(Ambush) 마케팅’을 통해 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월드컵은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전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기업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02 한ㆍ일 월드컵 후원사
▽공식 파트너 (15개사)
아디다스 아이와 버드와이즈 코카콜라 후지제록스 후지필름 질레트 현대자동차 JVCKT 마스터카드 맥도날드 필립스 도시바 야후
▽로컬 파트너 (6개사)
국민은행 현대해상화재 포스코 대한항공 호텔롯데 금강고려화학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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