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21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증권사들에 대해 점포폐쇄ㆍ영업정지 등의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와 독버섯을 뿌리뽑아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최근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한화석유화학 등 재벌계열사 문책, LG카드ㆍ삼성카드 등 3개 메이저 카드사에 대한 2개월 영업정지, 외국환거래를 위반한 아시아나 등 대기업에 대한 외국환업무 일부 정지등에 이어 나온 이번 조치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기업과 기업인을 가차없이 추방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주고 있다. 금감위는 조만간 계약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손해보험사들도 중징계하는 등 금융권역별 불공정사범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신한증권 강남역 3개점포에 대한 폐쇄 및 영업정지, 기관문책, 임직원 면직 등 광범위한 제재는 그동안의 행위자위주의 처벌을 지양하는 대신, 감독자와 기관을 표적으로 삼은 점이 특징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압수수색권과 현장조사권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된 것도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처럼 감독당국의 파워를 배가시키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증시의 고질적인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물의 저평가)’ 현상을 타파하고, 증시의 투명성을 높여 외국인자금 유입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최근 “환란이후 진행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올들어 증시호전, 은행 재무구조 개선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시장이 좋을 때, 시장규율을 어지럽히는 불공정사범들을 과감히 청소해야 대외 신뢰도향상 및 경영투명성 제고등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금융구조조정의 결실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줄 때라는 얘기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이번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관련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의 증권사들이 폐쇄조치를 받은 점포 대신 곧바로 인근 지역에 점포를 세운다 해도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발톱세운 금감위의 조치가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고객들 어떻게
폐쇄된 증권사 지점과 거래하던 고객들은 폐쇄(6월1일) 전까지 본인의 계좌를 타 증권사나 지점으로 옮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해당 증권사는 신문 공고는 물론,고객들에게 서신 등을 통해 계좌이체(또는 이관)절차와 필요한 서류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업정지 지점 고객들은 조치가 시행되는 내달 1일까지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않은 만큼 계좌를 서둘러 옮겨야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고객예탁금이나 유가증권 반환업무,수익증권 환매,유상증자 청약·배당금 수령 등 고객권리 행사를 위한 업무와 신용거래·미수금 정리를 위한 반대매매영업은 허용된다.한편 이번 조치로 이관·이체되는 계좌는 신한증권 강남역지점등 폐쇄 대상 3개사 지점 총 3,715계좌,서울증권 청담금융센터 등 영업정지 3개사 지점 3만6,000여 계좌다.
■증권사 프랜차이즈점포란
금감위 발표에서 시세조종등 주가조작의 온상으로 부각된 프랜차이즈 점포는 패스트푸드의 프랜차이즈점과 비슷한 형태로 증권사의 이름과 계좌만 빌릴 뿐 본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영업지점이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영업직원 몇명이 모여 팀을 꾸린 뒤 증권사와의 계약을 통해 지점을 내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이름을 빌린대가로 수익을 증권사와 나눠먹는 방식으로 운영된다.이는 주로 중소형 증권사에 많으며 이들 증권사는 별도의 지점운영비를 들이지 않고도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외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지난해 5월 증권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프랜차이즈 점포설치를 금지했지만,본사에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세조종 등 불버행위를 벌일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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