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사찰이 많다. 중국에도, 일본에도, 동남아에도 많지만 우리나라 사찰에는 독특한 형식과 문화가 있다.그런데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 사찰도 생김새와 분위기가 제각각 다르다.
우리나라 사찰 건물과 거기에 깃든 문화를 소개한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안그라픽스)이 나왔다.
화엄사 통도사처럼 잘 알려진 사찰과 유가사 문수사처럼 덜 알려진 사찰 29곳이 나온다.
절집을 소개하고 건물을 지은 이유, 건축 당시의 상황 등을 살폈다.
부산 범어사 관조스님이 촬영한 시원한 사진이 책 내용을 뒷받침한다.
책을 쓴 김봉렬(金奉烈ㆍ44)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사찰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별 건물만 볼 게 아니라 건물과 공간, 마당, 주위 자연 경관을 종합해 바라봐야 사찰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남아있는 옛 사찰들이 그런 요소를 모두 반영해 건축됐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종파에 따라 사찰 형식이 다르다는 사실도 일러준다.
해인사 같은 화엄종 사찰은 탑을 중심으로 건물을 배치하는 반면, 대구 동화사 같은 법상종 사찰은 텅 빈 마당을 중시해 탑이 없거나 있어도 외진 곳에 둔다는 것.
급한 경사지를 계단식 석단으로 바꿔 건물을 앉힌 영주 부석사나, 개울 위에 건설된 의성 고운사의 가운루처럼 지형에 따라 사찰은 모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김교수는 이 같은 사찰 건축의 진면목을 알려면 사람이 적은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 둘러볼 것을 권한다.
법당만 훌쩍 볼 게 아니라 주변 산세도 함께 보아야 한다. 대개는 법당과 산의 생김새가 닮아있다고.
법당을 바라보다 뒤도 한번 돌아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부처님이 무엇을 바라보고 앉아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그 사찰에서 오래 지낸 스님에게 사찰의 이력에 대해 이야기 듣는 것도 좋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찰 건축을 일러주는 안내서이다. 하지만 사찰의 훼손을 걱정하는 대목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중창불사를 한다며 멀쩡한 옛 건물을 헐고 거대한 돌계단을 만들고….
김교수는 “불사로 인해 사찰이 구현하려 했던 불교 정신까지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김교수는 “조선시대에는 화주승이 평생 돈을 모아 어떤 건물을, 어느 규모로, 어느 자리에 지을 지 심각하게 고민한 뒤 건축했다”며 “그에 반해 요즘은 너무 쉽게 불사를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사찰이 옛 모습을 간직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찰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그런 변화가 사찰 건축을 파괴하는,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사찰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크다. “고궁 등 옛 건물 대부분이 사람 없는 전시용이 됐지만 사찰은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 생명력있는 한국 건축물”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김교수는 20여년전부터 절 서원 옛집 등을 매월 한, 두 번 꼴로 답사해왔으며 우리 옛 건축물, 특히 불교 건축에 깊은 관심을 보여 ‘법주사’ ‘화엄사’ ‘이 땅에 새겨진 정신’ 등의 저서를 썼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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