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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獨 노장 작가들 2차대전 재해석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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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獨 노장 작가들 2차대전 재해석 활발

입력
200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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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의 무서운 근력은 노장들의 침착하고 견고한 작업에 근거한다. 올 봄 이곳 출판계는 노장들의 잘 발효된 수확물로 풍성하다.소설가 귄터 그라스(75) 마르틴 발저(75) 헤르만 칸트(76) 발터 켐포스키(73) 크리스타 볼프(73) 그리고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젠스베르거(73)가 그들이다.

그라스와 볼프는 신작소설 ‘뒷걸음질’과 ‘화신’으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있다.

칸트는 구동독 회상소설 ‘오카리나’를, 엔젠스베르거는 시와 형이상학의 화해를 시도한 ‘학문의 묘약’을 출판해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볼프와 칸트가 옛조국 구동독을 집요하게 해부하고 있고 그라스와 발저, 켐포스키는 현대 독일 정신사 최고의 늪인 2차대전을 통절하게 탐험, 재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곡의 바다’ 깊은 곳에 음향측정기를 장치한 작가가 있다. 이 통곡의 바다의 이름은 돈강과 볼가강 근처 도시 스탈린그라드이다.

작가 켐포스키의 신작소설 ‘음향측정기 ㅡ바바로사41’이 바로 이 작업의 보고서이다. 바바로사란 2차대전중 히틀러가 감행했던 동부전선 침공작전의 이름이다.

194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히틀러의 진격명령을 받은 독일 제6군단 27만명은 이곳에서 소련군과 2차 대전 사상 가장 참혹한 전투를 치렀다.

초반 승리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의 기습포위작전에 휘말린 독일군은 무기와 식량 수송의 두절, 영하 31도의 혹한 속에서 매일 1,000여명씩 전사하는 참극을 맞는다.

제6군단장 파울루스는 히틀러에게 명예로운 항복을 허락해줄 것을 간청했지만 히틀러가 거절, 결국 독일군은 6만명의 사망자, 4만명의 실종자, 9만명의 전쟁포로를 낳은 후 항복했다.

비평가들은 수천 건의 문서와 기록들 속에서 건져 낸 켐포스키의 문학적 보고서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비교한다.

최후의 심판 속에 황제, 귀족, 거지, 소녀가 저주의 불 속에 뒤엉켜 있듯 이 소설속엔 히틀러, 괴벨스, 게슈타포, 유대인 랍비, 무명용사, 창부, 그리고 작가 토마스 만, 쥴리앙 그린 등 그 시절 인간의 비명과 단말마가 정선된 수백 편의 시와 일기, 편지, 명령서, 판결문, 그리고 얄타회담 협정서 등에 담겨 명료한 데시벨로 대살륙을 증언하며 안일한 망각을 기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강유일 소설가ㆍ라이프치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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