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출판 할 맛 납니다. 신문에서, 방송에서 척척 알아서 책 홍보해주지, 책을 안 읽으면 미개인 취급하지. 책 읽기가 우리 사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핵심 명제가 된 것 같아요. 책 마케팅을 사회가 알아서 해준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니까요.”며칠전 만난 한 출판인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출판 시장이 너무 좁다, 국민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 유통체계가 엉망이다,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 출판과 관련한 하소연만 들어온 제게는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이 출판인은 “책 읽는 게 정말 좋기는 좋은 겁니까. 읽을 가치가 있는 책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까”라고도 물었습니다.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다른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상상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등 몇 마디의 말이 오가면서 책 읽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곧 합의가 이뤄졌습니다만,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며칠 뒤 만난 또 다른 출판인에게 “우리나라에서 양서가 많이 나오는 편입니까”라고 물어보았더니 “국내 기획물은 좀 떨어지지만 다른 분야는 그럭저럭 잘 내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만 해도 최근 나온 책을 보면서 이렇게 무성의한 책도 다 있을까 생각한 적이 한 두번 아닙니다.
오자도 있고 번역도 어설픕니다. 반짝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라면 구성이나 완성도를 생각하지 않고 번역해놓은 책도 여럿입니다.
물론 어느 제품이나 품질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게 마련이고 그것은 시장에서 가려집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온 사회가 책을 밀어주는 시기에는 출판인에게 더욱 엄격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하나의 산업으로서, 지금과 같은 책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출판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 결과는 출판인들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출판인 스스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나머지 너무 편하게 책을 내는 건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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