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불법 체류자가 5월 25일까지 자진 신고를 하면 1년간 국내 체류를 허용하고, 이후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불법 체류자 종합 대책’을 발표하자 국내 체류중인 재중동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정부는 자진 신고를 않는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단속에 나서 강제 추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중동포들은 국내에 입국하느라 들어간 빚을 갚자면 5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체류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소장인 박천응(朴天應) 목사와 법무부 체류심사과 이동휘(李東輝) 사무관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보았다.
▦ 체류기간 연장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
찬성-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 센타 소장
“세계적으로 국경이 없어지고 출입국 관리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각국간 자유 왕래는 세계적인 추세이지요. 재중동포에게 체류기간을 5년 이상 연장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조건없이 자유왕래를 허용해야 합니다.”
박 목사는 체류기간을 연장해주면 재중동포들이 밀려와 국내 노동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재중동포는 한국인 노동자가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하면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추방하면 3D 인력난이 가중돼 오히려 우리 경제에 손해가 됩니다.”
박 목사는 체류 기간을 연장해 재중동포 입국을 허용하는 대신에 취업을 규제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가 유럽에 갈 때 비자 없이 마음대로 가지만 취업이나 영구 거주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취업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지요. 유럽처럼 입국과 취업을 별도로 관리하면 됩니다.”
내달 25일로 신고마감일 다가오면서 재중동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에 신고하면 1년 체류는 보장되지만 취업은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1년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지요. 이들은 한국에 들어오느라 쓴 비용을 갚자면 한국에서 2년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재미, 재일동포는 국내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데, 재중동포에게만 자유 왕래를 막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 체류기간 연장은 부작용 초래
반대 - 이동휘 법무부 체류심사과 사무관
'예외조치 악순화 불러 인력난 대책 마련중'
이 사무관은 지금 당장 예외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5월 25일까지 자진 신고를 하는 분에게 외적으로 5년 이상 체류를 허용하면 26일 이후에 입국하는 분도 5년 이상 체류를 요구할 것입니다. 예외가 다시 예외를 낳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되고 실정법은 무의미하게 됩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개선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의 재중동포는 조건없이 국내 입국이 가능하고 40~64세는 친지 방문이 확인만 되면 입국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완화했습니다. 이번 방침에 따라 1년 뒤에 출국했다가 조건을 갖춰 다시 입국을 신청하면 별다른 규제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불법 입국자는 3년 가량 재입국이 금지됐지만 혜택을 주는 것이지요.”
이 사무관은 재중동포들이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개선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도 재중동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1년의 여유 기간에 개선안을 마련해 갈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미리 구체적인 개선안을 약속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 협상 테이블로 나왔으면 합니다.“
재중동포가 줄어들면 3D업종의 인력난이 심각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산업연수생 확대 같은 보완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재중동포 가운데 노동강도가 높은 제조업 종사자는 6%에 불과하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80% 이상입니다.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업의 경우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 해마다 1,000여명 밀입국
불법체류 외국인은 1998년 10만명 수준이었으나 해마다 30~40%씩 증가해 2월 현재 2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재중동포가 약 20만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중동포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해마다 1,000여명이 밀입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한국에 들어오느라 소요되는 1,000만원 가량을 마련하느라 고율의 이자를 쓰는 경우가 많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조선족교회,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 등이 재중동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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