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되고 보니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게 됐습니다.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을 보니 그냥 있을 수 없었어요.”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중증 장애아들을 입양해 키우는 장영길(張英吉ㆍ55·충북 영동군 양강면 괴산마을), 유선순(柳善淳ㆍ51)씨 부부는 힘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씨는 출판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뒤 영동에 내려와 사슴농장을 관리하다 94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졸지에 장애인이 된 그는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생명과도 같은 자식들을 얻었다.
모 종교 시설을 통해 다운증후군을 앓는 큰 딸 혜원(9)양을, 이듬 해에는 관절이 굳는 희귀병인 ‘선천성 다발 관절 구측증’을 앓는 큰 아들‘익’을 데려온 것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자식이 모두 5명. 최근에는 뇌성마비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김무성(8)군이 호적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성치 않은 몸으로 다섯 장애아를 돌보는 부부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관절이 굳는 익이는 손가락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피아노 학원에 들러야 하고 혜원이는 매주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 공주사대 특수교육과에 재학 중인 친 딸 원(21)씨가 매주 토요일 봉사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토요학교’를 열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좁은 20평 남짓의 장씨 임대 주택에는 ‘들꽃 마을’이란 문패가 달려 있다. 들에 핀 꽃처럼 구김살 없이 꿋꿋하게 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들꽃마을’을 딸과 함께 자그마한 복지시설로 키우는 게 장씨 부부의 꿈이다.
그는 “장애아들은 작은 관심에도 금방 마음을 열 만큼 정에 굶주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돌봐줘야 할 아이들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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