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 핵심부가 권력주변 정리에 들어간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특히 의혹제기의 범위와 강도가 최근들어 급속화하고 있어 적극적인 위기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이에따른 구체적인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아들문제의 처리방향에 따라 대통령의 대국민입장 표명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아태재단 활동 중단
야당에 의해 “각종 비리의 온상”이라는 공격을 받아온 아태재단이 18일 이사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공식적으로는 “25명의 인력을 4~5명으로 줄이는 조직 축소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퇴임 때까지의 한시적 조치”라는 게 재단측 주장이다.
아태재단은 김 대통령이 야인 시절인 1994년 창설,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곳으로 DJ 차남 홍업(弘業)씨가 부이사장으로서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임시대변인을 맡은 설훈(薛勳) 의원은 이날 “재단은 4~5명의 직원에 의해 계속 운영되므로 폐쇄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본연의 기능인 연구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의원이 밝힌 원인은 심각한 재정난. 재단의 실무 관계자도 이날 “올해 들어 야당의 정치공세가 심해 지면서 후원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건물 신축과 운영자금용 차입금 30억원의 이자는 물론 당장 이달치 직원 급여 지급도 힘들 만큼 재정 상태가 최악”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홍업 부이사장, 이수동(李守東) 전 상임이사 문제 등으로 재단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자 핵심부가 주변 정리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권노갑 사무실 폐쇄 및 외유
최규선(崔圭善)씨의 비리 파문에 연루돼 다시 구설수에 오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장기 외유와 사무실 폐쇄를 결정했다.
측근인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당 경선 등으로 마포사무실을 찾는 이들이 줄어 들어 굳이 이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사무실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최고위원은 또 다음 달초 두 달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로 출국, 하와이대에서 국제경제학 연구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번 여행은 장기 외유가 아니며 정계 은퇴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결정 역시 권력핵심부를 강타하고 있는 ‘최규선 비리’의 조기 수습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느낌이 있다. 최씨는 2000년 총선을 전후해 권 전 최고위원의 참모로 일했었다.
■김홍일ㆍ홍걸 형제 동반 귀국?
미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장기 체류중인 DJ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이 달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 측근이 이날 거듭 확인했다.
명분은 지역구인 전남 목포지구당의 시장후보 경선 주관. 그러나 야당이 김 의원을 향해 도피성 외유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게 김 의원의 귀국을 재촉하는 한 요인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의원이 귀국할 경우 함께 LA에 머물고 있는 동생 홍걸(弘傑)씨와 함께 올 지가 초미의 관심사. 핵심부는 부정적이지만 여권 주변에서는 “정말 꺼리낄 게 없다면 홍걸씨가 귀국해 한국에서 자신의 문제를 정면 대응하는 게 좋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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