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 인사가 발표됐다.통치사료비서관은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각종 회의와 접견상황, 지시ㆍ보고사항을 기록하고 갈무리하는 사람이다.
조선시대에 왕명 출납을 맡았던 승정원(承政院)이나 왕의 잘잘못까지 기록했던 사관(史官)과는 다르다.
공문서를 모아 시정기(時政記)를 작성했던 춘추관(春秋館)과 역할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대통령은 언제나 바쁘다. 건강 악화로 6일동안 입원을 했고, 퇴원 후에도 싱가포르대통령 국빈만찬을 주재하지 못한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바쁜 것 같다.
자연히 통치사료비서관의 일거리도 많을 것이다.
청와대는 통치사료 중 1,030시간 분량의 동영상자료를 이미 디지털화한 바 있고, 지난 해 3월부터 1년간의 동영상자료 180여 시간 분을 하반기까지 추가로 디지털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통치사료 디지털화계획의 일환이다.
▦ 대통령 통치사료는 1999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반드시 기록ㆍ보관해야 하며 정권만료 6개월 전부터 정부기록보존소에 이양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임기가 끝나면 사유물처럼 들고 나가거나 아무렇게나 팽개쳐 두어 무슨 기록이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문서 하나하나가 역사이며 대통령의 언동이 국정과 직결되는데도 기록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닌 민족답지 않았다. 남기고 싶지 않은 기록이 많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 그런데 왜 하필 ‘통치’인가. 국어사전은 통치를 ‘원수나 지배자가 주권을 행사해 국토 및 국민을 지배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백과사전에는 ‘정책결정이 특정개인이나 소수집단에 의해 행해지며, 강제력을 배경으로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도모하는 통합방식’이라고 돼 있다.
이념적으로 자치와 대립된다. 식민통치 군부통치 신탁통치라는 말에는 통치가 어울리지만, 국민의 정부가 통치를 한다니 맞지 않는다.
임기말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다른 말로 바꾸어 쓰는 게 좋겠다.
임철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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