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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업계 '신화' 비엠코리아 나상진 대표 "비디오가 사양길?…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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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업계 '신화' 비엠코리아 나상진 대표 "비디오가 사양길?…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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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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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시장이 죽었다’고 한다.한때 3만5,000여개 달하던 대여점이 1만1,000개로 줄고, 흥행작을 제외하면 겨우 몇 백 개 팔리는 비디오가 수두룩하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디지털 위성방송까지 나왔으니.

그러나 나상진(羅相鎭ㆍ49) 비엠코리아 대표는 “노(No)”라고 말한다. 그는 두 가지 근거를 댔다.

“절대 PC로 빠져 나갈 수 없는 세대가 있다. 바로 4~6세 유아들이다. 그들에게 비디오 만큼 좋은 교육매체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과 문화환경에서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PC와 TV 싸움에서 최후 승자는 TV가 될 것이다. PC 기능을 TV가 다 흡수하면 비디오도 어떤 형태로든 오래 가리라고 본다.”

그가 기획물에 전념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

독점 계약을 해놓은 미국 캐논영화사가 부도났고, 대기업이 달려들어 시장규모와 상관없이 1년 만에 판권만 두 배로 올려놓아 영화쪽은 더 이상 승산이 없어 보였다.

“어디 비디오가 영화, 그리고 대여시장 뿐이냐. 기획물과 셀스루(판매)도 있다. 한번 해보자”

주변에서 “미쳤다”고 까지 했다. 그때까지 셀스루 시장이라야 디즈니 만화나 지상파 TV 프로그램이 고작인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분명 ‘틈새’는 있었다. 그것도 비집고 들어가보니 아주 컸다. 다만 아무도 찾아내려 하지 않았을 뿐.

95년 출시한 신디 크로포드 헬스 비디오가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아름다운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타고 10만개나 팔렸다. 고작 판권 5만 달러짜리였다.

이듬해부터 시작한 유아교육용 비디오도 엄청났다.

그 유명한 ‘애 봐주는 비디오’에서 ‘베이비 모짜르트’ ‘베이비 아인슈타인’ ‘메이지’ ‘까이유’까지.

모두 10만개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방송사나 독립프로덕션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SKC, 삼성, 대우 등 대기업들이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전패(全敗).

오히려 그가 ‘기획물 비디오 시장의 개척자이자 제 1인자’라는 사실만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중소업체인 비엠코리아는 90년대 말 총 500억원 규모의 국내 셀스루시장의 15%를 장악하면서 비디오업계의 신화가 됐다.

그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절대 뒤따라가지 않는다. 때를 기다린다. 소비자를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과 새로운 내용, 마케팅을 선택한다.’ 등.

“다른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사놓고 틈날 때마다 샘플을 보면서 타이밍과 사회분위기, 소비자(주로 유아를 둔 어머니) 심리를 파악합니다. ”

젊은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 육아문제가 큰 고민으로 부상할 때인 96년 ‘애 봐주는 비디오’란 기발한 제목의 비디오를, 97년 일본 고베 지진과 세계 기상이변이 몰아칠 때 ‘충격대 예언’을 출시해 성공했다.

원래 12시간짜리인 이탈리아 방송프로그램인 ‘애 봐주는 비디오’는 80분으로 편집하고는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렸다.

재미와 내용의 짜임새를 위해서였다. 대신 책을 만들어 비디오와 같이 묶었다. 곧 출시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Mother Good Story)’ 역시 동화책을 만들 계획이다.

“이제 유아교육용도 단순히 비디오테이프만으로는 안 된다. 상품의 매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결합이 필요하다.”

이렇게 끝없이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그가 8년 동안 낸 기획물만 80여편.

다른 비디오 제작사들은 영화에 매달려 전멸하다시피 해 외로운 독립군이 된 비엠코리아는 지금도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셀스루시장에서 최다 출시를 기록하고 있다.

나 사장은 99년부터 유통의 변화도 시도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다. 처음 1년 동안 매출이라고는 300만원.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결과 지금은 쑥쑥몰, 마이베이비 등 유아전문몰과 종합쇼핑몰에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100여개 비디오제작사의 400여작품이 그의 쇼핑몰에 의지한다.

82년 새한미디어 국내총판으로 비디오업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20년.

한때 비디오 잡지(월간비디오)도 출간해 보고, 영화수입도 해봤지만, 기획물 비디오만큼 재미있고 나름대로 보람이 있지는 않았다는 나상진 대표.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로 이제는 유아교육용비디오를 직접 제작해 해외에도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국 프로그램이 우리 아이들에게 먹히듯,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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