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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가 박수근'展 17일 개막…'박수근의 세계'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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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가 박수근'展 17일 개막…'박수근의 세계' 한자리에

입력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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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과 전쟁으로 파괴되고 궁핍으로 처절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다가올 연대를 예비했던 한국ㆍ한국인의 20세기 전ㆍ중반기.그 시절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단 한 사람의 예술가를 꼽으라면 누구인가.

고(故) 박수근(1914~1965) 화백을 떠올릴 사람 많을 것이다.

미술에 유별난 감식안이 없다 할지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한국 사람의 정체를 되돌이킬 이들 많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전시회가 열린다.

문화관광부가 박수근을 ‘5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갤러리현대가 17일 개막해 5월 19일까지 여는 ‘한국의 화가 박수근’ 전이다.

그의 미공개작 10여 점을 포함한 유화 50여 점과 드로잉 20여 점이 선보인다.

향토 혹은 황토의 땅, 우리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 누이와 꼭 닮은 서민, 그들의 평범하고도 정한 어린 모습이 박수근의 그림에 있다.

박수근은 이 땅 어디에나 널린 화강암의 표면을 닮은 특유의 회백ㆍ암갈색의 질감에 더없이 절제된 선과 단순한 색으로 그 사람들의 삶을 그림에 담았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아이 젖 물리는 여인, 갓난 동생을 업고 있는 소녀, 빨래하는 아낙들,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대화하는 노인들, 행상하는 여인네들, 청소부와 실직자…

박수근 그림의 주인공들은 표정 없이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땅과 사람과 한 시대를 더없이 큰 울림으로 웅변한다.

보통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학력에, 아이들이 쓰던 몽당연필을 모았다가 스케치할 때 쓸 정도로 화가로서의 생활이 힘들었지만 박수근은 그래서 가장 사랑받는 미술가로 남았다.

그가 그린 유화는 모두 300여 점. 60년대초 3,000원 정도 하던 그림값은 지난달 서울 경매에서 3호 크기 작품이 한국 현대 미술품으로서는 최고가인 4억7,5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사후에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생전에 그와 교분했던 박명자 갤러리현대 대표는 “힘겹게 소장가들을 설득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당분간 이만한 규모의 박수근 전시회는 보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공개작 중에는 주로 소녀, 여인을 그린 잘 알려진 박수근의 그림과는 달리 ‘청소부’ ‘농부들’ ‘실직’ 등 남자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전시 기간 중 26일에는 미술평론가 유홍준씨의 강연, 5월 6일에는 고인의 고향인 강원 양구군의 기념관 등을 둘러보는 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미술공간 ‘신나는 나무 여행’ 행사가 전시기간 내내 열린다. 관람료 일반 4,000원(단체 3,000원) 학생 2,000원.

문의(02)734-6111~3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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