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지에서 재미있는 형식으로 홍상수의 영화를 분석한 평론가 정성일씨를 만났다.“저는 ‘성일, 상수의 영화를 보고 회전문을 떠올리다’를 보고 신성일씨가 쓴 줄 알았는데, 강선생이 쓰셨더군요. 약간 실망!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그렇게 커트와 쇼트를 다 일일이 계산했나요.”
“푸하하. 그거 진짜예요. 타임 코드있는 비디오로 정확히재서 쓴 거라구요. 고생 많이 했어요. 홍상수가 나한테 술 사야 하는데.”
“국내 최초의 노력동원형 평론이군요.”
진담과 객적은 농담을 섞어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10분 전, 극장 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다.
그러나 더 반가운 것이 있었다.
비 온 뒤 잔디에 물이 올라 초록은 더 관능적이고, 커다란 장독대며 물 확, 이름 모를 꽃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 풍경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완성된 풍경화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정물화를 깨뜨려 버렸지만, 그 파격이 아쉽지 않았다.
살이 너무 찌지도 여위지도 않은 고양이는 풀밭 위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풍경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대학로에 자리잡은 동숭 시네마텍에서는 언제나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 시작 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먼저 보는 한 편이다.
그래서 이 극장에는 다른 곳보다 10분쯤 먼저 가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중 시계와 창문이 없는 곳은 백화점과 극장, 두 곳 뿐이다.
매상을 위해, 잠시 일상을 떠나는 여행을 위해 현실과 맞닿는 창구가 폐쇄됐다. 때문에 동숭시네마텍의 파격은 꽤 혁신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도 이 극장 뿐이다. 충무로의 대한극장은 객석이 가팔라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흥국생명 빌딩의 씨네큐브나 코엑스몰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려면 두 사람 관람료만큼의 주차비를 따로 준비해야 하고, 서울극장의 계단과 통로는 여전히 복잡해 미로를 헤매는 듯하며, 중앙극장은 앞 사람의 뒤통수를 증오하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아! 아까워, 7,000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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