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한솔병원-작은 열쇠 8개, 손톱깎기 1개’, ‘붓한 보훈병원-양쪽 무릎 철심’, ‘춘해병원-태극반 형태 목걸이, 금장 돌체시계…’17일 경남 김해시청 별관 5층에 마련된 유족대기실 칠판. 유족들이 사체라도 찾기 위해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각 병원을 뒤진 끝에 발견한 유품과 사체의 특징이 띄엄띄엄 적혀 있었다.
일부 유족은 실낯같은 희망을 걸며 칠판에 적힌 내용을 메모하고 자신들이 찾는 시신의 특징과 대조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 나흘째를 맞고 있지만 사망자들의 시신이 형체를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일부는 실종돼 시신이라도 확인하려는 유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 아기만한 오그라진 시신들
17일 현재 128명의 사망ㆍ실종자 중 시신의 신원이 확인 된 것은 불과 6구.유족들은 여객기가 추락후 화염에 휩싸이면서 아기 크기만하게 쪼그려든 사체사진 등을 바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만 짓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김해중앙병원에 안치된 김모(43ㆍ여)씨의 시신이 발굴 당시 당초 예약좌석과 같은 ‘B-23’ 좌석에 발견돼 신원이 잠정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객기가 산에 충돌하면서 여러 차례 곤두박질친데다 일부 좌석에 여유가 생기면서 승객들이 좌석을 옮긴 경우도 적지 않아 이 마저도 ‘본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족대표 김규용(56)씨는 “몸에 걸친 옷이 있거나 손가락에 반지가 남아 있는 사체 이외에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 많아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충돌 직후 구조대원들에 의해 발견된 사체는 형체라도 남아 있지만, 이후에 발견된 사체는 대부분 팔 다리 머리 등이 떨어져 나가고 몸통이 오그라들어 병원 관계자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구조대원 진정철(46)씨는 “동체 조종석 뒷부분은 사고 발생후 한동안 불덩이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그속에서 수십구의 사체가 발굴됐다”고 말했다.
■ DNA분석도 ‘장기화’
이 때문에 정확한 사체확인은 DNA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최종 신원확인과 보상은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측은 유족들을 위해 DNA분석에 본원과 남부(부산)ㆍ중부(대전)ㆍ서부(장성)분소 등 4곳의 인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인력이 분소당 8명 안팎에 불과한데다 혈액ㆍ조직 DNA확인작업이 1구당 일주일 가량이 소요돼 전체 확인작업은 최소 2개월 이상 후에야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 관계자는 “유족중 직계친족의 혈액을 채취해 사체의 것과 DNA배열을 대조해야 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계가족 등이 모두 숨진 경우에는 확인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체가 지나치게 훼손돼 있을 경우에는 DNA 증폭(PCR)작업을 해야 하고 타버린 사체는 뼈에서 미토콘도리아 DNA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가족들의 피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해=김창배기자
kimcb@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