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위업을 이룰 수 있을까.‘이탈리아 주식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 회생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막강한 노동조합과의 대결도 불사하고 있다.
그는 16일 20년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으로 로마와 밀라노 피렌체 토리노 등 주요 도시의 학교와 공장, 상점이 문을 닫고 교통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용의는 있지만 개혁 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베를루스코니가 노조와 벌이고 있는 투쟁은 1980년대 초 영국병 타도를 외치며 광산 노조와 대결했던 대처 전 총리의 그것과 흡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그는 대처 전 총리에 비유되는 것을 내심 즐기고 있으며 노동법 개혁을 지렛대로 반석 같은 이탈리아 노조를 흔들어보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베를루스코니는 대처가 아니며, 상황이 영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처를 본보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우선 집권 연정이 극우 북부동맹, 보수 민족동맹, 영세 가톨릭 정당 등 다양한 세력들로 구성돼있어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또 고용주들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을 지에만 관심이 있고 노조도 조합원 권리 보호에만 관심이 있어 개혁 명분이 순순히 먹혀 들 여지가 별로 없다.
자칫하면 노동시장 개혁이 그의 정치적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를루스코니는 처음 총리로 선출됐던 1994년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 지지도 추락을 우려한 북부동맹이 연정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집권 7개월 만에 실각한 전례를 갖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번 총파업으로 베를루스코니의 입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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