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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음반 기획사인가

입력
200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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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클럽' '박고테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TV집중 홍보대개의 가수들이 음반을 내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 방송사이다.

TV를 타면 음반 판매가 어느 정도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요에 있어 TV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TV는 아무에게나 관대하지 않다. 오직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경우에만 잦은 출연이 가능하다.

거꾸로 시청률을 보장하는 가수에게는 TV가 빌며 출연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만큼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최근 이들 관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유형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악동클럽과 박고테(박경림 고속도로 테이프 만들기)프로젝트.

악동클럽은 MBC ‘목표달성 토요일’이, 박고테는 SBS ‘박수홍 박경림의 아름다운 밤’이 만들고 키워낸 가수다.

음반을 내기도 전에, 음반을 기획하는 맨 처음 단계부터 마지막 녹음에 이르기까지 TV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여주었다.

박고테 프로젝트는 5개월, 악동클럽은 5명을 뽑는 오디션까지 포함하면 장장 1년이 넘는다. 음반이 나온 것은 맨 마지막.

그러니 음반 발매 후 방송 홍보를 한 것이 아니라, 사전홍보를 실컷 해 놓고 음반을 낸 셈이다.

역시 방송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에 없는 불황으로 신인들은 음반을 내기도 힘들다는 요즘.

3월 21, 22일 나란히 음반을 낸 악동 클럽과 박고테는 한 달도 안된 사이에 10만장을 넘게 팔았다.

음반산업협회가 집계한 3월 음반판매 순위에서는 첫 음반을 낸 가수로서는 그들 만이 10위 안에 올랐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재능 있는 신인, 스타급 연예인이라고 해도 방송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방송도 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무에서 시작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서바이벌’ 포맷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가수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이 인기그룹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나, 쉰 목소리의 박경림이 가수가 된다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소재인 TV 도쿄의 ‘아사얀’등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 새로운 관계가 서로의 이익에 근거한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가수들은 음반 수익금 중 진행비를 제외한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탁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방송사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주려 했다” (MBC 김엽 PD), “목소리가 핸디캡인 박경림의 도전극복기이지, 음반 취입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SBS 한경진 PD)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악동클럽의 음반을 제작한 GM 기획은 2집부터는 자체 제작한다.

이미 방송과 음반판매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악동 클럽이야말로 여느 신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박경림 역시 “다시는 음반을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연예인에게 으레 노래 한 곡 부탁하는 행사출연을 비롯해 몸값이 부쩍 뛰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MBC와 SBS는 코너가 나가는 방영되는 동안 각각 15.8%, 12.4% (AC 닐슨)의 적지 않은 시청률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였다.

순서만 바뀌었지 여전히 긴밀한 방송과 가요의 관계.

어쩌면 그것을 마치 아름다운 모습인 것처럼 속아서 채널을 고정시키고, 음반을 사는 시청자들만 바보인지도 모른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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