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세계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아프간산 아편을 계기로 마약과의 전쟁이 다시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다.전세계 인구 60억명을 기준으로 3~4%가 마약을 상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약의 형태와 성분이 보다 제조가 쉽고 값싼 합성 마약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세계 생산량의 79%를 차지하는 아프간 아편을 비롯해 코카인 등 전통적 마약이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 자리를 암페타민류 각성제(ATS)가 위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0년대 초반 ATS의 위기를 경고했던 유엔마약통제계획(UNDCP)은 최근 젊은이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ATS가 동ㆍ동남 아시아를 근거지로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요지의 ‘21세기의 마약, ATS’ 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과거 10년 간의 정부측 노력으로 세계 3대 마약시장 중 서유럽, 북미 지역은 수요가 줄어들었으나 아시아 시장은 오히려 팽창, 유럽 미국 시장까지 전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소비층으로 하는 ATS가 21세기 마약으로 주목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나고 원료와 제조기술을 습득하기가 쉬우며, 소비자 측면에서는 인터넷 등과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과 젊은이들이 즐기는 테크노 음악, 광적인 파티 문화와 잘 융합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호주와 서유럽 대부분 국가는 마약 남용 사례가 마리화나, 코카인 순서인 북미 지역과 달리 ATS가 코카인을 제치고 마리화나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애용되는 마약으로 등장했다.
ATS가 아시아 시장에서 발호하는 데는 ATS가 특별한 명칭 없이 뒷골목 이름으로 젊은층 사이에 은밀히 통용돼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1993년 ATS 복용 사례가 정부에 의해 집계된 35개국 중 복용 건수가 늘어난 경우는 37%에 불과했으나 1998년에는 53개국 중 61%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태국 일본 중국이 ATS의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유럽 미국에서 아시아로 흘러 들어오던 ATS의 전통적 유통 경로가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으로 퍼져가는 역전 현상까지 생겨났다.
세계 주 마약 생산ㆍ경로에서 비켜나 있던 한국도 최근 ATS가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3~4배 급속히 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TS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이 주종인데, 1월 중국 선박을 이용한 북한산 히로뽕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대량 적발돼 과거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동중국해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던 동북아 마약 루트가 푸젠성에서 북한을 거치는 ‘북한 루트’ 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중국을 기점으로 1970년대 ‘한국 루트’, 1980년대 ‘대만ㆍ홍콩 루트’, 1990년대 ‘중국 루트’ 로 이어져 온 마약 루트가 다시 한반도를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마약 생산·유통 막아라"전투 치열
마약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공적이다.전통적인 마약 소비 지역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최근 새로운마약 강국으로 등장한 중국 등 각국 정부는 자국 내 엄격한 처벌은 물론,전세계 생산국 정부와 협조해 마약 생산 및 수입 금지에 안간심을 쏟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2000년 아프가니스탄은 3,656톤의 아편을 생산,전세계 공급의 72%를 차지했다.탈레반 정권 말기의 강력한 단속으로 지난해 185톤으로 줄어들었으나 탈레반 붕괴 후 다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석유 감산 정책이 유가인상을 불러오듯 아프간의 마약 생산량 변화로 세계 마약시장 시세도 최근 수년간 춤을 췄다.
아프간에서 생산된 마약은 이란과 타지키스탄을 거쳐 대부분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들어간다.이에 맞서 미국은 최근 아프간 내 비밀 마약창고를 뒤지고 있지만 생산 중심지인 남부 헬만드를 비롯해 비밀창고가 있을만한 지역은 여전히 친 탈레반 정권이 잡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란은 1월 대대적인 마약사범 소탕작전으로 21명을 사살하고 1,6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새계 최대의 코카인 생산지 콜롬비아는 각종 마약 생산 및 수출의 전세계 본부와도 같은 곳이다.마약을 이미 테러와 동격으로 선포한미국은 최근자금 원조,군사 장비 제공은 물론 마약조지과 연계 의혹을 받고 있는 좌익빈군'콜롬비아 혁명 무장군(FARC)'을 진압하기 위한 추가 병력 파견을 추지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코카인,마리화나,헤로인 등이 멕시코 국경을 통해 대량 유입되자 미국은 대마약 전쟁의 작전 지역을 멕시코로까지 확대하고 있다.향후 5년 간 마약 등 자국내 불법 약물 사용을 25% 줄이겠다고 발표한 미국은 올해 192억달러를 마약대책비로 책정,이가운데 23억 달러를 마약생산국의 단속지원 예산에 쓸 계획이다.
▼중국
34만여 명의 마약사범을 수감 중인 중국은 최근 세계적인 마약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한 예로,현재 선전 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히로뽕제조 및 판매 사건에서 당국이 압수한 히로뽕은 17.33톤으로 56억 홍콩달러 (약 9,500억원)에 이를 정도다.
1999년 이미 60만을 넘어선 마약 중독자 수가 매년 10% 이상 급증하자 중국은 마야사범 수용소 설치,극형 선고 등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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