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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궁' 존재 확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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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궁' 존재 확인되나

입력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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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옆 남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효불효교’(孝不孝橋ㆍ시도기념물 35호)가 국내 최고(最古)의 ‘일정교’(日精橋)로 추정되면서 이 일대 유적 발굴이 활기를 띠고 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효불효교 조사에서 이 다리가 인근 월정교(月精橋)와 함께 통일신라 때인 760년에 축조된 일정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올해 1~4월 본격 발굴 작업을 벌여 다리 규모와 축조 방법 등을 확인했다.

‘삼국사기’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기록에 따르면 일정교는 신라 경덕왕 19년 축조 당시 춘양교(春陽橋)로 명명됐으나 훗날 일정교로 개칭됐으며 16세기 초반 이전 다리가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제시대 일본인이 ‘경주 왕경지도’를 제작하면서 ‘7형제가 야밤에 내를 건너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는 홀어머니가 안쓰러워 다리를 놓았다’는 경주 지역 설화를 따 ‘효불효교(일명 칠성교)’로 명명한 뒤 지금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발굴팀의 조사 결과, 이 다리는 길이 55㎙, 너비 12㎙로 앞서 발굴ㆍ복원된 월정교(길이 63㎙, 너비 9㎙)보다 길이는 짧지만 다리 폭은 더 넓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교각은 3개로, 월정교와 마찬가지로 물의 거센 흐름을 견디게 하기 위해 양 끝을 유선형으로 쌓았다.

특히 가운데 교각의 석재 5개가 차례대로 쓰러진 채 남아있는 등 교각 부재 630여점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양쪽 축대만 복원해놓은 월정교와 달리 다리의 상당 부분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다리 상판은 교각 사이 간격이 14㎙에 달해 돌보다는 나무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될 뿐 원형을 밝힐 부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동쪽 교대(橋臺)의 석축이 월성 방향으로 100㎙ 가량 이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소 심영섭 학예연구실장은 “이 정도 규모로 축대를 쌓은 것으로 보아 남천 동편에 궁궐 등 매우 중요한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문헌에는 기록이 없지만 현재 경주박물관 자리에 ‘남궁’이라는 궁궐이 있었을 것이라는 학계의 추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료로 주목된다.

실제 경주박물관 터에서는 2000년 신관 건축 공사 과정에서 ‘남궁지인’(南宮之印)이란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과 대규모 도로 유구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박물관측은 도로 유구를 떠내 신관 바닥에 전시키로 한 채 공사를 강행, 유적 파괴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유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남궁’의 존재 가능성이 한층 유력해졌지만 이미 유적이 파괴돼 안타깝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주변 사유지를 서둘러 매입해 본격적인 발굴,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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