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관통도로는 절대 안된다.’ ‘중단할 수는 없다.’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일산~퇴계원) 건설을 둘러싼 환경단체ㆍ불교계 등과 정부의 마찰이 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특히 양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조계종이 범 종단 차원에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데 이어 뒤늦게 가세한 지역 단체들은 집단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정하는 등 실력 대결로 치닫고 있다.
■격앙된 불교계
조계종은 최근 원로회의를 열어 “종단 내 모든 불자(佛者)들은 북한산 등 자연과 수행환경 보존에 힘을 결집하라”는 내용의 비장한 유시(諭示)를 내렸다.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원로회의 지시에 따라 전국 교구본사 주지 회의에서는 “정부가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국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사찰 산문을 폐쇄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내놓았다.
북한산 등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특별 대책기구도 출범시켰다.
지난달 5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불교도 결의대회’를 열었던 조계종은 특히 24일 현 상황을 ‘불교탄압’으로 규정하는 ‘정부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또 이 문제를 대통령 선거와 적극 연계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주변에는 ‘불교계는 분노한다’는 문구와 함께 노무현(盧武鉉), 이인제(李仁濟) 등 여당 대통령 경선 후보 얼굴이 담긴 관통도로 반대 포스터가 나붙었다.
불교환경연대 관계자는 “도봉, 수락, 불암산을 관통하는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뚫리면 3개의 사찰이 당장 헐리고 20여개 사찰이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며 “계속 외면한다면 조만간 정부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교계는 경남 밀양 천성산 늪지대 아래를 통과하는 경부고속철도 노선에도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지역 단체도 가세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미도파백화점 앞에서는 노원ㆍ도봉시민연대 주최로 ‘도봉ㆍ수락ㆍ불암산 관통도로 저지 집회’가 200여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 초등학생은 산신령께 보내는 “북한산을 살려달라”는 편지를 낭송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동북여성민우회, 노원 나눔의 집 등 지역 10개 단체가 지난 1월 결성한 연합 기구에 참여해 시민연대 참가 단체가 20개에 육박했다.
더욱이 노원, 도봉구 등에서는 고속도로가 들어설 경우 공기가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주민 사이에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중계동 주민 이모(33ㆍ여)씨는 “그나마 북한, 수락산 등이 환경 개선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는 데 이를 파헤쳐 도로를 낸다는 것은 시민 생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원ㆍ도봉시민연대는 이에 따라 지역 대기오염을 방치한 ‘혐의’로 서울시와 건교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등 주민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 원칙 변함 없어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의정부 사패봉 터널 구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패산 터널 입출구는 인근에서 농성중인 환경단체와 조계종 회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벌목만 이뤄진 상태. 그러나 건교부와 한국도로공사 측은 건설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미 토지 수용이 90% 이상 이뤄졌고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한 상태여서 공사를 원점으로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환경단체 등이 제시한 우회도로 보다 오히려 환경파괴가 덜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국회 의사당은 지하철 노선도 피해가면서 서울의 허파이자 시민 쉼터인 북한산에는 8차선 고속도로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립공원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도로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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