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올들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시중 자금공급이 확대되고, 이 자금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유동성(돈) 과잉’ 이 경기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환란 이후 정착된 저금리기조로 인해 유동성이 대폭 늘어난 데다 작년 3ㆍ4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되면서 작년 한해동안 100조원 넘는 돈이 새로 풀렸고, 올 1월말 총유동성(M3)은 1,027조원에 달했다.
특히 시중에 풀린 돈 가운데 단기 부동(浮動) 자금 비중이 크게 높아져 부동산ㆍ주가 등 자산가격 거품과 물가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박 승(朴 昇) 한국은행 총재도 “신규 가계대출금의 60%이상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집계됐다”며 “통화량 과잉 팽창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유동성 과잉 논란
올들어 M3 증가율은 상승추세를 지속, 3월에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통화량 감시범위인 8~12%를 웃도는 12%대 초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통화량 감시범위란 올해 경제성장, 물가, 화폐 유통속도 등을 감안해 산출한 적정 통화량 증가폭. M3 증가율은 지난해 6월 8.8%, 9월 10.7%, 12월 11.3%, 올 1월 11.6% 등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말 ‘통화량 1,000조원 시대’에 들어서면서 M3는 국내 총생산(GDP)의 187%에 육박, 1997년(145%)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 단기 자금 급증
단기 자금 수준을 나타내는 통화(M1ㆍ현금+요구불예금) 및 신(新)M1 증가율은 작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M1은 기존 M1에 제1,2금융권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포함한 것으로, 증가율은 작년 6월 13.4%, 9월 19.3%에서 12월 25%, 1월 25.6%로 껑충 뛰었다.
은행 6개월미만 정기예금 수신은 작년 12월 3조7,431억원 줄었다가 올 1월 1조736억원, 2월 2조2,2,939억원, 3월 3조7,472억원 늘었다.
◈ 물가불안, 자산거품 조장 우려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자산가격 급등을 부추기거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 유동성의 과잉은 시중에 투자처를 찾고 있는 대기성 자금의 급증을 의미하며, 이들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쏠릴 경우 폭발적인 자산 가격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들먹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과잉 유동성이 하반기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 총재는 “저금리를 틈탄 가계의 자금 가수요와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올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양대 요인”이라며 “물가 안정기조가 저해되지 않도록 시중유동성 총량과 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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