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15일 일본 국가신용등급(장기외화표시채권 기준)을 ‘AA’에서 ‘AA-’로 햐향조정했다. 서방 선진 7개국 중 이탈리아보다도 낮은 최하위 신용등급이다.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미 지난해 12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S&P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린 바 있다.S&P는 일본 재정적자의 고수준, 대형은행의 대출에 대한 금융청 특별검사의 불충분, 정부의 연금ㆍ의료보험 지출 삭감 미흡 및 농업ㆍ소매업 분야의 시장개방 부진 등을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로 꼽았다.
이중 핵심은 특별검사까지 동원한 은행 부실채권 규모 산정과 처리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다. 일본 금융청은 13일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해 온 13개 대형은행의 대규모 대출기업 149개사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 4조 7,000억엔의 부실채권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들 대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말 조사 당시의 3조 2,000억엔에서 7조 9,000억엔으로 늘어났다. 34개 기업의 3조 7,000억엔은 부도가 날 우려가 있는 채권으로 분류됐다. 부실채권 추가처리 손실의 발생으로 대형은행들의 2002년 3월기 최종적자는 4조 1,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금융청은 이번 특별검사 결과 대형은행들의 부실채권처리손실이 총액 7조엔대에 이른 것으로 처리손이 10조엔대였던 1997,98년에 이어 “두 번째 큰 산을 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별검사 결과의 부실채권 처리손을 감안해도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이 모두 건전성 기준인 8%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특별검사가 시작되면서 각 은행들이 유휴부동산 주식 채권 등을 매각해 어떻게든 장부를 맞추려고 애썼다며 부실채권 처리는 지금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고 있다. 특별검사 자체가 은행이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배려해 상당 부분 완화시켜 진행했다는 견해도 많다.
또 이번 특별검사는 13개 은행의 전체 대출규모인 325조엔 중 100억엔 이상의 대규모 대출기업 중 주가나 신용등급 등 시장평가가 급속히 저하된 기업에 대한 주거래은행 채권 12조 9,000억엔만 조사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S&P는 “대기업 이상으로 중소기업으로부터의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일본 금융청은 현재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일본 전국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를 35조 6,730억엔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 등에서는 부실채권 규모가 실제로는 120조~180조엔을 넘을 것이라는 비공식 관측이 끊이지 않아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일 “특별검사를 받은 대형은행들이 추가 부실채권처리에 나섰지만 불충분하다는 견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은행의 체력이나 금융시스템에의 우려도 그대로 남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16일 S&P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해 "일개 민간회사의 평가에 코멘트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후쿠다 장관은 "일본은 1조3,000억 달러의 대외자산과 4,000억 달러의 외화준비고 등 다른 나라에 없는 강한 경제를 갖고 있다"며 S&P의 평가가 일본 경제의 실상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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