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턴스(Chieftains)의 ‘The Wide World Over’에 손이 갔던 것은 요즘들어 유난히 짜증 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홍보 담당자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밴드로 결성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베스트 음반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솔직히 그의 말 중 매력을 느낀 단어는 ‘아일랜드’ 뿐이었다.
마치 아일랜드 음악이라면 혼탁한 심신이 진정되기라도 할 것처럼.
밴 모리슨을 위시해 코어스, 크랜베리스, 시니어드 오코너, U2 등 그동안 들었던 아일랜드 가수들로 인해 갖게 된, 다소 맹목적인 기대도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물론 롤링 스톤스, 엘비스 코스텔로, 조니 미첼, 스팅, 아트 가펑클, 린다 론스태드, 다이아나 크롤 등 노래를 불러준 가수들의 쟁쟁한 면면을 볼 때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았다.
예감은 적중했다.치프턴스 다섯 사람은 파이프와 하프, 아일랜드 민속악기인 보드란, 플루트 등 흔히 듣기 힘든 악기들로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독특함은 남들과 달라 멀게 느껴지는 독특함이 아니라, 무언가 잊고 있던 것을 되살려 내는 듯한 독특함이었다.
그리고 ‘아 이런 음악도 있구나’를 일깨워주는 기분 좋은 독특함이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자극적인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이상하게도 듣는 사람을 자극하는 음악이었다.
마치 감미료나 커피를 전혀 타지 않은, 그저 맑고 깨끗한 숲 속의 샘물을 마시는 것과 같았다.
맑아진 기분으로 다시 들으니 밥 말리의 아들 지기 말리와 다시 만든 ‘Redemption Song’이나 아트 가펑클, 다이아나 크롤이 노래하는 ‘Morning Has Broken’같은 곡들이 팽팽하게 당겨진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Cotton Eyed Joe’ 같은 노래가 빠른 발장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실 치프턴스는 국내에서 덜 알려졌을 뿐,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반 대중은 물론 음악인들로부터도 가장 존경 받는 팀으로 꼽힌다.
1962년 더블린에서 결성되어 오늘날 켈틱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민속음악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The Wide World Over’는 그들의 40년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곡 3곡을 포함한 19곡이 인기보다는 치프턴스의 특징을 기준으로 선정되었다.
‘월드 뮤직’이라는 인위적인 구별에 얽매일 필요없이 편안하게 들으면 좋다.
따뜻한 볕이 드는 창가에 서서, 아니면 큰 대자로 마루에 누워 듣는다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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